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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224봉) 양산 염수봉

2018년 7월 22일 일요일


산보다 사람이었다.


폭염경보가 한창인데 산을 찾아 나섰다.

폭염에 더위 먹을까봐 쉬운 코스로 가자고 찾아 나선 염수봉.

영축산에 포함되어 있으나 오룡산까지 갔다 왔고 염수봉은 처음이다.

양산 내석마을 버스종점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산아래지만 바람하나 없는 날씨다. 제일 가까운 코스로 짐작되는 구불사로 가는 등산로를 택한다.


구불사까지는 임도를 따라 가는 길이라 세멘트의 열기가 아래에서도 올라와 숨쉬기가 힘들 정도다.

그나마 계곡을 끼고 가고 있어 눈은 즐거운 편이다.

계곡을 끼고 새로 지은 양옥집들이 보인다.

계곡 아래 위로 지어져서 언제든지 계곡으로 찾아 들 수 있어 부럽기까지 하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가니 아예 계곡 옆에 텐트를 쳐 놓았다. 빨래가 걸려 있고 살림살이(?) 규모로 보아 제법 오래 머무른 느낌이다. 심심했던지 계곡 가운데 돌탑도 쌓고 물길도 만들어 놓았다.

돌탑은 계곡 가운데에 층층이 10개 정도의 돌로 쌓았는데 비가 많이 오면 무너질 것 같아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니 개인 농장이다. 사유지라고 들어 오지 말랬는데 등산로가 보이지 않아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니 조그만 개들이 잡아 먹을 듯이 짖으며 달려 나온다. 개 짖는 소리를 듣고 주인이 고개를 내민다. 등산로는 조그맣게 보이는 옆길이란다.


숲 속으로 들어 가니 그늘이다.

그런데 잎하나 꼼짝하지 않는 그늘 속이다.

경사가 그리 급한 건 아니지만 계속 오르막인데다 시야가 가려 있어 몹시 답답하다.

얼굴로 흘러 내리는 땀을 닦고 손수건을 질끈 동여맬 양으로 잠깐 섰는데 모기들이 앞다투어 달라 들어 금방 어깨죽지를 물어 뜯는다.

물 한 모금 축이고 다시 걷기.

더우니 시원한 물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가지고 온 수박 한 통을 깔끔하게 비우고 나니 그래도 조금 살 만하다.

다시 오르막,,,,겨우 임도와 만난다.

장터길 삼거리,,,이 곳을 넘어 장에 다녔을 옛날 분들의 일상이 짐작된다.



염수봉으로 올라가는 등로에는 가마니(이름을 몰라,,,)를 깔아 놓아 걷기가 훨씬 수월하다.

간간히 바람도 불어 오지만 1km도 안 되는 길이 멀기만 하다.

하늘이 보이고 넓직한 정상부가 나타난다.

올라서니 정상석의 뒷부분부터 보인다.

'지위나 명예가 없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늘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를 염려하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양산웰빙산악회에서 정상석을 세웠다. 고맙고 감사하다.


그늘이 없어 정상을 지나 그늘에 앉아 막걸리를 마신다.

평소에 좋아하지 않던 생탁인데 이 날은 정말 꿀맛이다.

첫 잔을 들었는데 아저씨 한 분이 지나가신다.

손에는 달랑 작은 팻트병 물병 하나만 들고 계신다.

막걸리 한 잔을 권하니 흔쾌히 즐겁게 마시며 기뻐 하신다.

우리도 기분이 좋다.

감사의 인사를 하며 계곡 아래쪽에 친구들과 자리잡고 있으니 혹시 탕 드실 줄 알면 꼭 들르라고 신신당부를 하신다.

논란의 그 탕,,,요즘 거의 먹진 않지만 이런 계곡에서라면 왠지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아저씨가 떠나고 막걸리와 각종 안주를 먹고 나니 배가 부르다.

다른 코스 알아 보지도 않고 그냥 하산....

중간 중간 임도를 만났는데 중간에 지름길 등로가 있어 그래도 걷긴 괜찮았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지름길 등산로는 보이지 않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햇볕 쨍쨍 임도를 걷게 되었다.

빨리 계곡 물이라도 나타나야 발이라도 담글텐데,,,

정말 간절하게 계곡을 원할 때 쯤 아까 아저씨가 이야기했던 곳이 눈에 들어 온다.

친구 두 분과 계신다했는데 10여 대의 차가 있고 왁자한 소리가 들리는 걸 보아 그새 친구분들이 더 온 모양이다.

잠깐 주저하다 그렇게 간절하게 이야기하던 아저씨의 마음을 생각해서 용기를 내어 내려가 보니 아예 계곡에다 간이 원두막을 만들어 놓고 10여분의 친구분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주저주저했는데 아저씨가 반갑게 맞이하며 탕을 한 그릇 가득 담아 오신다.

땅에서 쏟아나는 물이 있어 그걸 따로 호스로 연결해 놓았는데 그 곳에서 물이 콸콸 흐른다.

손을 씻고 물병에 물을 담고 탕 한 그릇씩을 거뜬하게 해 치운다.

부산 사직동의 그 유명한 집에서 먹근 맛보다 훨씬 맛있다.

답례로 배낭에 있던 밀감 한 봉지를 드리고 기분좋게 내려 온다.

오늘은 산보다 사람이다.


산에서의 취사 행위에 대해 도덕적 언급을 하고 싶지 않다.

무려 20년 동안 그 곳에서 그런 행사를 하셨다는데 고향 분들이 모인 만큼 훼손을 하지 않고 깨끗하게 보존하고 있었다.

어쨌던 이번 산행을 산보다는 사람이다.

염수봉하면 아저씨의 따뜻한 정과 마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았고 너무 더워 사진 찍는 것 조차 귀찮았고 특별히 찍을 만한 것도 없어 단촐한 산행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