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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226봉) 경남 밀양 함화산 (등산 78봉) 밀양 운문산

2018년 8월 2일 목요일


폭염과 맞서다. 운문산, 함화산 일타쌍피


삼총사 두 번째 여름산행, 물을 찾아 밀양 운문산 석골사로 가기로 한다.

9시에 대저역에서 만나 출발했는데 휴가 기간인데도 도로는 한적하다.

계곡 가기엔 늦은 시간 주차할 곳이 없을까 살짝 걱정을 하며 10시쯤 도착했는데,,

주차장이 훤하다. 계곡에 물이 없으니 사람이 찾지 않은 모양이다.

덕분에 나무 밑 시원한 곳에 주차하고 석골사앞에 약수 한 잔을 마시고 산행을 시작한다.

편안한 등산로에 나무는 짙어 그림자를 드리우고 바람까지 불어 주니 그야말로 최상의 산행 코스다.

처음 오는 순옥이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콸콸 흐르던 석골사 계곡엔 겨우 줄줄 약한 물소리만 들린다.

그나마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첫 조망터,,,살짝 그늘진 바위에 아저씨 한 분이 쉬고 계신다.

20년 만에  오셨단다. 멀리 범봉의 바위가 눈길을 끈다.





갈림길앞의 정구지바위

이름의 유래는 알 수 없지만 바위 뒤로 살짝 돌아 가니 짙푸른 나무 사이로 폭포 소리가 들려 오고 눈앞의 바위와 멀리 능선들의 어울림이 한 폭의 동양화다.

가파른 길을 포기하고 상운암으로 난 큰길을 따라 오른다.

한 번씩 계곡을 지나며 손을 씻기도 하고 가파른 너덜을 지나기도 하며 큰 바위 사이를 지나기도 하는 나름 다이나믹한 등산로다.







능선을 올라 또 조금 더 가서 드디어 상운암에 도착했다.

낮은 풀들과 원추리, 또 이름모를 여름꽃들이 주위를 환하게 밝히며 힘든 발걸음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준다.

상운암에 도착하니 마음씨 좋은 스님께서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배추씨앗을 뿌리고 계신다.

상운암의 모습은 10여년 전과 똑같은 모습이다.

스님은 세월을 그대로 담고 계신다.

절 마당 한켠에서 정말 시원한 정경을 감상하는데 멀리 범봉의 모양새가 정말 범이다. 착하고 얌전하게 생긴 호랑이의 모습,,,

이 절터가 옛날 화랑도의 무술 훈련터였더란다.

마당에서 점심을 먹는 것을 허락받고 함께 식사를 하자니 스님은 점심을 드셨다 하고 가져온 과일과 차를 나눠 드리니 흔쾌히 옆으로 오셔서 이야기를 나누신다.

올라오는 길에 단풍이 많아서 가을 단풍 구경을 오자 했는데 스님께 가을에 들러 겠다는 약속을 한다.

배추가 맛있겠다니 양념만 가져 와서 버무려 먹자신다.

스님은 약속을 어기지 않을테니 우리가 꼭 기억해서 와야될 일,,,

스님은 떠나는 우리를 문밖까지 배웅해 주시는데 감사하면서 애잔하다.










뜨거운 여름 산에 어여쁜 나비 한 마리가 날고 있다.

옥남 언니 어머니께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날고 싶다고 하셨다는데 언니는 나비를 보면 돌아가신 엄마인 것 같다고 한다.

천 고지가 다 되어 가는 산중에 잠자리가 셀 수 없이 날고 수많은 꽃들은 온갖 향과 포즈로 유혹한다.

햇볕은 쨍쨍했지만 꽃들을 보며 지나는 발걸음은 즐겁다.








그러다 주위가 환하게 밝아지더니 곧 정상이다.

볕은 뜨거운데 하늘은 가을을 담고 있다. 멀리 뭉게구름도 환상적이다.

사방이 트여 시야가 환하다. 겹겹이 늘어선 능선의 물결이 한 폭의 그림이다. 여전히 범봉도 호랑이의 형상이다. 정상석에 새겨진 명성스님의 글씨도 가히 예술적이다. 1188m에서의 경치 감상 시간을 마치고 모두 인증샷을 날리고 함화산이 있는 능선으로 향한다.





하산하는 능선길은 한 사람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인데 폭신폭신하니 길맛이 너무 좋다.

등산할 때 만났던 젊은 남자 두 명이 길이 너무 험해 위험할 것 같다 했는데 도저히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늘에 흙길에 경사도 별로 없는 그야말로 환상의 길,,,

감탄하며 걷는데 아주 조그만 봉우리에 함화산 정상석이 얹혔다.

사실, 정상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애매한데 어쨌던 일타쌍피의 즐거움을 함화산 정상석과 함께 하며 다시 하산길,,,

살짝 살짝 바위 능선길과 바위 아래 우회로가 보인다.

바위 능선길로 오르니 탁 트인 전망은 좋았지만 길은 연결되지 않았고 다시 돌아 내려오길 두 어 번,,,

서서히 길이 험해지고 있다.





돌길을 더듬어 내려 오니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 간다.

겨우 한숨 돌리려고 큰 바위 아래 앉아 남은 과일로 체력을 보충한다.

오늘 산행중에 나무를 받친 거대한 바위를 서너군데에서 본 것 같다.

큰 바위를 올려다 보니 바위 위 아주 좁은 틈으로 뿌리를 내리고 이 가뭄에도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에 경외심을 보낸다.

본격적인 내리막길,,,자갈길이다.

경사도 심해 스틱만으로 지탱하기가 힘든다. 한 손에 스틱을 모아 지고 한 손으로 나무를 잡는다.

밧줄 코스도 여러 군데다. 한 사람이 먼저 내려가고 스틱 받아 주고 밧줄 타고,,,완전 스릴 즐기기엔 그만인데 초보자가 오기엔 약간 위험해 보인다. 천성산 공룡능선보다 몇 배 더 험하다.

안내판은 흔적조차 없어 도대체 얼마만큼 왔는지 어디쯤인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엉덩방아를 찧으며 힘들게 한 고개를 넘으며 한 숨 돌리면 다시 자갈길, 그리고 바윗길,,,

잘 정비된 길이 아니라 길도 잠깐씩 헤맨다.

바위를 넘기도 한다. 풍혈같은 곳을 지날 땐 서늘한 바람이 올라와 시원하긴 했지만 내려다 보니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다.

젊은이가 힘든 길이라고 이야기 한 걸 절절히 실감한다.











그렇게 조심조심 내려 왔는데 올라갈 때 보았던 정구지바위가 눈앞에 턱 나타났다.

우리가 생각하고 갔던 능선길이 아니다. 지도를 보니 비탐방로로 표시된 구간이다.

능선에서 직진으로 갔어야 했는데 우회전 한 것이다.

그런데 능선행의 등산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길은 잘 못 들어섰지만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게 계곡을 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계곡으로 들어가는 길로 내려갔지만 물이 없어 웅덩이 찾기도 난관이다.

순옥이가 앞장 서 제법 물이 모인 웅덩이를 찾았다. 살짝 모인 물이기도 하나 세 명이 쉬기엔 적합하다.

온몸을 담그니 몸 속의 열기가 사라지고 그야말로 천국이다.

입구에서 다른 등산로를 찾아 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가을 단풍 보러 한 번 더 올 때 다시 한 번 찾기로 한다.

범봉으로 올라가자가도 한다. 이 곳을 몇 번은 더 찾아야 될 것 같다.

걷고 쉬고 놀고,,,그렇게 하루 산행 시간은 8시간이나 된다.

다리가 뻑적지근하다. 기분좋은 산몸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