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227봉) 함양 황석산 (등산 228봉) 함양 거망산

2018년 8월 21일 화요일 함양 황석산, 거망산 

 

황석, 거망 아름답고 고마운 이름


산림청 100대 명산을 정리하니 함양 황석산이 빠졌다. 내가 제안해 떠난 산미녀 원정 산행이다.

유동마을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주민분에게 물으니 걸어서 40분 정도를 가야 된다 하고 차 회수도 어중간하다. 다시 차를 돌려 심원정 주차장에 대는데 주민 승용차 한 대가 서 있다.

넉살좋은 순옥이가 좀 태워 달래니 흔쾌히 유동마을까지 태워 주겠단다.

화장실 관리하시는 분인데 친정들른 따님과 손주까지 대동해 있다.

굳이 받지 않겠다는 걸 손주 과자값이라며 만원을 드리고 산행을 시작한다.

산골마을 유동은 이미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고추도 빨갛고 오미자도 이미 빨갛다.

기분좋게 오르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가져온 순옥이의 맛난 전으로 산행 시작에 에너지를 더한다.

내내 그늘진 숲 속 길을 걷다 능선에 다다르니 부드러운 모서리를 가진 바위들이 나타난다.






정상이 올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능선에 황석산성을 조성해 놓았다. 양쪽에 큰 바위 사이에 조성되었던 거라 적의 침입을 쉽게 파악하고 물리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높은 곳까지 산성을 조성해야만 했던 역사의 현장 앞에서 왠지 모를 숙연함이 밀려 온다. 

황석산성은 넓고 얇은 돌을 켜켜이 쌓아 튼튼하고 단단하다. 지금에야 방어용이 아닌 복원 차원이지만 미적 요소까지 가미되어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아지며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산성 왼쪽으로 바위능선이 우람하다. 산성끝에서 바위길이 이어지는데 모나지 않았지만 경사도도 있고 서서 걷기에 애매한 구간도 있어 살짝 움찔움찔하다. 그래도 그 이어지는 능선끝 정상까지 가 보고 싶었는데 한 곳에 다다르니 다시 바위 능선이 이어져 포기하고 돌아선다. 하산로가 있는걸까? 바위 끝에서 끝나는 걸까? 궁금해지지만 혹 기회가 된다면 다시 저 쪽을 찾아 보리라 아쉬운 여운을 남겨둔다. 







오른쪽 바위 능선을 오르니 길이 없어 돌아 내려와 황석산 정상을 향한다. 숲길을 걸어 가니 다시 산성이 나오고 그늘 아래 너른 터에서 조금 이른 점심을 먹는다.

정상부는 거대한 바위덩이다. 계단을 만들어 놓아 올라가는덴 별 무리가 없다. 정상석은 따로 만들지 않고 기존의 바위에 표지석만 올려 놓았다. 꼭대기를 오르려니 조심해도 어쩔 수 없이 표지석을 밟아야 한다. 정상에 오르는 모든 사람이 이걸 밟고 사진을 찍을텐데 언젠가 떨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그야말로 압권,,,

걸어온 능선도 가야 할 능선도 온통 바위다.

힘차지만 부드러워 우리 민족을 닮았다.

하늘은 높고 잠자리의 비행은 부드럽고 우리들의 감탄사는 활기차다.









정상을 내려와 거망산으로 향한다.

황석산에서 내려오는 만큼 돌길인데다 경사도 심하다.

어느 한 곳에서 언니가 "억" 소리를 낸다. 돌을 짚는데 무릎에 충격이 갔나 보다. 종아리가 아프다며 파스를 붙여놓은 상태였는데 무릎까지 아프니 큰일이다.

언니는 그래도 티 안내고 조심조심 내려 온다. 워낙 베테랑이지만 그래도 갈 길이 멀어 걱정이다.

몇 개의 바위길을 끝내니 거망산 구간이다.

거망산은 황석산과 다르게 완전 육산이다. 잠깐 바위를 오르긴 했지만 보드라운 흙길, 우리도 좋았지만 언니를 위해서도 너무 다행한 일이다. 지장골삼거리에서 태장골가는 방향으로 거망산 정상이 있다. 원래 있던 정상석 앞에 붉은색 옷을 입은 대형 정상석이 다시 섰는데 우리 세 명 다 약간의 거부감을 느낀다. 뒤에 있는 작은 정상석에 더 애정이 간다. 그냥 두지,,,


태장골로 향한다. 태장골은 워낙 숲이 짙어 어두운데다 습기를 머금은 바위라 조금씩 미끄럽기도 하다. 그러나 경사도는 낮은 편이라 언니를 위해서도 다행한 일...

태장골이 끝나는 지점에 몇 채의 집과 가게가 있는 마을을 만난다.

마을 앞 계곡엔 물이 있으나 들어갈 길이 없고 가게 앞에 흐르는 물을 담아둔 곳에서 세수를 하고 남자들처럼 머리를 적신다. 캬~~~정말 갈증이 해결되는 기분이다. 이미 해도 뉘엿뉘엿 서쪽 하늘을 물들인다.

버스를 타고 갈려고 했는데 시간도 모르고 택시를 부르까 했는데 짚차 한 대가 올라 온다.

가게 주인이시란다. 이미 가게 문은 닫았고 물건 가지러 왔다는데 심원정 간다니 흔쾌히 태워 주신단다.

그리고 이미 막차도 끊겼단다.

부산에 집이 있어 한 번씩 가기도 하고 여기선 가게에 오미자 농사에 뭘 또 한다 했는데,,,,

하여튼 정말 부지런하게 사시는 분이다. 택시값이 될 지 모르지만 얼마간의 답례를 드리고 오미자 택배 스티커도 받고 기분좋고 산행을 마무리했다.











내내 가 보고 싶었던 곳이기에 산행 후의 만족감은 더할 나위없이 컸다.

언니의 무릎은 몇 곳의 병원을 거쳐 지금은 수술하지 않고 물리치료 중이다.

무릎 연골이 닳았다는데 어떤 병원에선 수술을 권했다.

어쨌던 병원은 여러 군데 가 보고 결정해야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시간이 조금 지난 산행기지만 지금도 그 날의 감격이 가슴을 적신다.

기분좋은 그 날, 그 날이 있어 오늘도 기분좋은 하루.

산의 선물이 너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