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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중남미

중남미 여행(3월 22일) 칠레 아따까마에서 깔라마공항을 거쳐 산티아고까지

중남미 96박 97일 여행(2018년 2월 19일 ~ 5월 26일)

 3월 22일 칠레 산티아고 아르마스광장,  역사박물관

 

칠레의 중심, 산티아고에 서다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다. 깔라마공항까지 버스로 1시간 30분을 달려 다시 2시간 걸려 도착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이제 짐 싸는덴 선수가 되었다. 



산티아고에 도착해 점심도 먹을 겸 숙소 주변에 있는 아르마스광장으로 나섰다.

여느 남미 도시처럼 광장의 주변엔 대통령궁, 대성당, 공공기관들이 스페인의 모습을 담고 둘러서 있다.

이제 광장에선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여긴 특이하게 경찰들이 많이 보인다. 말을 탄 멋진 경찰관도 보여 사진 찍어도 되냐니까 흔쾌히 포즈를 취해 준다.


대성당 내부는 최고의 화려함으로 장식되어 있다. 정복자들의 지휘 아래 칠레 사람들의 손으로 지어졌을 대성당, 잉카의 신은 사라지고 스페인의 하느님이 주인 자리를 차지했다.

또 마음이 불편하다. 얼른 대성당을 나온다.







건성건성 이제 스페인식 건물들은 그냥 눈요기로 지나친다.

길거리에 아름다운 여신상이 보여 다가가니, 마임을 하는 아가씨다.

사람이 다가가면 포즈를 취해 주고 사진을 함께 찍을 수 있는데 몸짓, 손짓이 너무 부드럽고 유연해 계속 구경하게 된다. 가면을 쓴 남자는 칼을 들고 있는데 멋진 퍼포먼스로 주위를 놀라게도 즐겁게도 해 준다.

이런 소소한 재미가 좋다. 



광장 주변에 경찰관이 몰려 온다. 역할에 따른 것인 듯 제복의 모양들이 제각각이다. 뭔지도 모르면서 뭔가 볼거리가 있을 것 같아 계속 주변을 응시하는데 그냥 줄을 서서 왔다 갔다 하더니 또 맥없이 사라진다.

도대체 뭘 했던 것인지 도저히 짐작이 되지 않고 볼거리도 없고,,,하여튼 군기(?)빠진 칠레 경찰들은 실컷 구경했다.







광장 한 편에 일그러지고 부서진 하나의 조각상이 서 있다. 정복자로 부터 파괴당한 원주민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란다. 슬프고도 허망한 눈망울 앞에서 왠지 숙연해진다. 살륙당한 이 땅 주인의 안타까운 절규가 느껴진다.


그들의 원형이 보존된 잉카 제국의 흔적을 찾아 국립역사박물관을 찾는다. 단순한 듯 보이는 조각상부터 아주 세밀한 무늬가 그려진 도자그릇까지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찬란한 예술을 꽃피웠던 잉카의 유물앞에서 서양에 기죽지 말고 자긍심 느끼고 꿋꿋하게 살아가길 바래 본다.













저녁은 한인식당에서 시큼한 김치로 끓인 김치찌개에 코를 박고 흡입하다시피하며 먹었다. 여태껏 남아 있던 느끼한 버터냄새는 밥 한 공기로 남김없이 밀어 내었다. 거기다 입가심으로 매콤한 비빔국수까지 먹고 나니 그야말로 살 맛 나는 하루다. 먹는 것을 별로 가리지 않는데도 코를 자극하는 김치의 향은 고향의 모든 추억까지 소환해 와 모든 이를 용서하고 모든 이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빠지게 했다.

 


덕분에 하루가 아주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

오늘은 사람이 갖는 많은 행복 중에 음식이 가져다 주는 행복에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