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31일 금요일
하얀 바위 위 춤추는 신록
▶ 등산코스: 상천주차장 → 보문정사 → 용담폭포 → 망덕봉 → 금수산 → 보문정사 → 상천주차장
평일이라 상천주차장엔 차가 한 대도 없고 매점문도 닫혀 있다.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나는 앞집 식당으로 가서 물과 막걸리를 구입하고 차를 몰고 마을로 들어간다.
큰 나무가 드리워진 너른 터에 차를 주차하곤 보문정사를 지나는데 벌써 빨간 딸기가 발길을 붙잡는다.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있던 젊은이가 먼저와서 딸기를 따 먹으며 맛있다고 권한다.
아직 시큼한 맛이 남아 있는데 너무 맛있게 따 먹는 것으로 보아 이 분위기에 취한 것 같다.
젊은이를 뒤로 하고 용담폭포 방향으로 나아간다. 5월의 마지막 날인데도 햇살을 따갑다.
용담폭포는 주 등산로에서 잠깐 들어갔다 와야 한다.
궁금한 마음에 용담폭포를 찾는데 물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가뭄에 마른 듯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돌길을 지나가니 거대한 바위 사이로 그나마 물줄기가 졸졸 흘러 내리고 있다.
수량 가득한 폭포는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갔던 길을 돌아 내려오는데 울퉁불퉁 돌길이 다소 신경쓰인다.
갈림길에서 다시 등산로를 오르는데 바로 경사가 심하고 바위에 계단길이다.
조금 오르니 용담폭포가 보이는 전망대다.
처음엔 바위 위에 동그마한 소가 하나 보이더니 더 올라가니 타원형의 소가 하나 더 보인다.
위치상 사람이 드나들기는 어렵겠고 신령이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물줄기에 의한 것인지 본래 움푹 패인 곳에 물이 고였는지 알 수 없지만 위에서 내려다 보는 용담의 모습은 절묘하다. 물까지 차고 넘쳤으면 그야말로 비경이다.
백암산이라 이름 불려졌다는 유래대로 곳곳이 하얀 바위고 또 곳곳이 바위 위에 놓인 데크계단길이다.
까마득한 일직선 계단도 있고 짧은 계단으로 연결된 여러 개의 계단도 있다.
밧줄타고 오르는 등산의 묘미를 즐기는 나로선 편리한 계단길이 다소 심심하다.
그러나 계단길이 사라지면 바위 사이사이를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소나무숲길이 멋지고 5월의 싱그런 숲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전망이 툭 트이는 능선에서 바라보는 청풍호의 경관도 시원하다.
바로 옆 바위 능선에 시선을 뺏기고 또 다른 능선엔 우뚝 솟은 바위가 일품이다.
조선 중엽 단양군수로 왔던 퇴계가 이 산을 오르며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백암산을 금수산으로 바꿨다는데 여기서 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눈과 마음을 뺏기에 충분하다.
망덕봉에 가까워질수록 경사는 심해지고 쇠난간에 의지한다.
양팔을 이용해 올라가는 재미가 좋다.
그렇게 한껏 마지막 힘을 쏟고 나면 갈림길이 나타나고 금방 망덕봉이다.
망덕봉 표지석은 여느 정상석보다 우람하다.
숲에 가려 전망은 없었지만 신록에 둘러싸인 봉우리는 땀흘린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망덕봉에서 금수산가는 길은 기분좋은 흙길이다.
새로운 봉우리가 앞을 우뚝 막아서기도 하지만 생각만큼 올라가지 않아 기분좋게 두 개의 봉우리를 넘는다.
금수산을 앞에 두고 마지막 봉우리,,,
정상을 앞둔 꼿꼿한 바위산이 앞을 막는다.
쇠난간에 밧줄, 데크계단까지 있는 경사심한 오르막이지만 툭 트인 전망에 앞뒤 봉우리들의 장관에 그저 감탄만 연발한다.
바위 봉우리를 지나고 다시 바위 봉우리를 오르면 정상 표지석을 안은 바위 봉우리가 나타난다.
정상 바위는 그 자체가 한 폭의 바위산이다. 그 바위산 가운데에 금수산 정상석을 얹었다.
앞뒤로 다른 글씨를 새겨 어디서나 정상 인증이 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그야말로 탁 트였다. 멀리 청풍호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또 다른 능선이 물결처럼 퍼져 나간다.
산과 물이 좋은 곳, 맞은 편 가은산을 저장하며 언젠가 저 곳에서 금수산을 바라 보리라.
좀 더 머물고 싶은 아쉬운 마음을 내려 놓고 하산길로 접어 든다.
1000여m를 바로 내려오는 길이다 보니 가파르기도 하고 바위길이라 조심하며 걷게 된다.
한껏 가파르다 기분좋은 흙길, 또 다시 가파른 길, 가끔 가다 데크계단길,,,
서너 차례 바윗길과 흙길을 반복하며 숲이 주는 청량감에 맘껏 취한다.
그러다 툭, 출발할 때 보았던 용담폭포 표지석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오디가 발길을 잡는다.
자연산이라 크기는 작은데 가물어서 그런지 달고 달다.
손이 닿이는 곳의 오디는 다 따 먹고 내려서는 길, 문득 딸기 따 먹던 젊은이의 행방이 궁금하다.
산을 오르면 동행이 아니어도 등로에서 마주치기도 하는데 한 번도 만나질 못했으니 등산보다 다른 볼 일이 있었나 보다.
오르막에서 만났던 70은 넘어 보이는 어르신도 3시까지만 오르다가 내려 가신다 했으니 잘 가셨겠지.
다시 한 번 금수산을 뒤돌아 보며 산이 있음에 감사하고 산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감사한다.
잘 가꾸어진 보문정사경내를 살짝 지나 내려오는 길, 주차장은 여전히 텅 비었다.
평일의 호젓한 산행이라 더 운치있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문경, 괴산, 제천, 단양,,,,
물과 산이 좋은 곳,,,이 곳에서 일 년 정도 머물 수 있다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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