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라운드트레일에 이은 중부내륙트레일이 6월 14일 안반데기를 출발하여 6월 22일 태백산까지 8박9일 일정으로 20여명의 대원이 참석한 가운데 무사히 마쳤다.
사단법인 다움숲에서 산림청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사업으로 퇴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6월 14일 첫 날 오후 안반데기에서 대기리까지 5km는 비가 오는데다 낙엽속에 돌까지 있는 길이라 안전에 신경써야 했고
6월 15일 대기리~임계임도~반천리를 걷는 34km는 끝없는 임도에 발바닥에 불이 났지만 넓은 감자밭과 양배추밭의 새로운 풍경에 눈과 마음은 즐거웠다. 임도끝 반천리로 가는 얕으막한 산길은 부드러운 흙길로 발바닥의 피로감은 훨씬 줄어들었다.
6월 16일 반천리~노추산 임도~그림바위모텔 의 27km길은 사람이 잘 찾지 않고 볕이 잘 들지 않는 길이라 진드기 등 벌레들과 한바탕 전쟁을 벌려야 했다. 마땅히 쉴 곳도 없어 멋돼지가 파헤쳐 놓은 곳에 앉아 있자니 온 몸에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 했다. 그나마 마지막에 나타난 개망초밭은 모든 피로를 날릴 수 있을 만큼 장관이어서 하루를 보상받은 느낌이었다.
6월 17일 문치재에서 출발하여 1062봉까지 완전 급경사로 올라가서 종주길에서 살짝 벗어난 각희산까지 다녀 왔다. 쌍봉우리전망대에서 부드러운 곡선의 어천 물줄기를 내려다 보며 화암동굴까지 10여km 짧은 트레킹. 4일째라 휴식 겸하는 날인데 결국 독도법에 테이핑법 실기 연수까지 하게 되었다. 연수에 빠졌던 대원들의 열정어린 질문 세례에 오후 쉬는 일정이 사라져 버렸다.
6월 18일은 최고로 전망좋은 길. 거북바위에서 화암약수, 지억산, 민둥산을 거치는 17km의 트레킹구간이다. 화암약수의 알싸한 맛에 몸을 떨고 산마늘향기에 코를 벌름거리며 간간히 만나는 산딸기를 따 먹으며 기운을 얻었다.
지억산은 종주길에서 제법 벗어났고 길도 가파른 편. 그래도 서너명이 종주길에서 가방을 지키켜 줘 조금 빠르게 다녀 왔다.
민둥산 북쪽, 대관령 양떼목장길같은 곳을 올라가니 눈앞에 펼쳐지는 광활한 민둥산 억새밭.
화엄벌, 화왕산정상, 신불간월능선보다 규모는 조금 더 큰 편,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6월 19일은 자뭇골에서 올라 1470m의 두위봉을 비롯하여 1400여 m의 두위지맥 봉우리를 4개나 넘었다. 오르락내리락 길 끝엔 가파른 산죽내리막길. 무릎의 아우성을 들으며 다다른 운탄고도길, 서민의 애환이 서린 꽃꺼끼재를 거쳐 이름도 예쁜 도롱이못까지 11km. 짧았으나 무릎과 발바닥의 아우성을 들어야 했다.
6월 20일 이제 트레킹 후반, 도롱이못에서 하이원리조트를 올라 백운산까지 비교적 수월한 길이나 대원들이 지쳐 있다. 그래도 하이원야생화 꽃밭에서 힘을 얻고 백운산까지 금방 다다른다. 백운산을 내려가 만나는 임도길을 따르니 자전거타러 가자던 만항재다. 오늘 일정이 여기까지였는데 내일 비소식있다며 화방재까지 가기로 한다. 사초풀 그윽한 부드러운 흙길은 발바닥 피로를 가시게 하고 지천에 널린 산딸기로 에너지를 보충하면 백두대간길 수리봉을 지나 화방재다. 오늘은 22km.
6월 21일은 실제 마지막 트레킹, 대백산행이다.
오후는 개인다는 예보에 2시간 늦춰 10시에 비속을 출발, 그래도 함께 하니 재미있다. 화방재에서 사길령을 지나 장군봉, 태백산, 망경사, 당골광장까지 11km 마지막 트레킹
당골에 도착했을 때는 트레킹 완주를 축하해주듯 날이 완전 개었다. 기념 아이스크림으로 피로를 달래고 완주 기념사진을 찍으니 그야말로 날아갈 듯, 손잡고 빙빙 환호성을 지른다.
저녁은 약간의 알콜까지 곁들여 더욱 고조된 분위기다. 숙소로 들어가 그 느낌 살려 소감나누고 길 계속 연결해 금정산까지 가보자는 의견이다. 모두 감동하고 행복한 순간은 8일간의힘든 여정을 이뤄냈기에 더 단단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든든한 동지가 되었다.
6월 22일 마지막 아침은 솜씨좋은 서울식당 사장님의 다슬기탕. 식사 후 대원들 차에 나눠 타고 처음 그 자리 횡계로타리로 이동한다. 가는 길 하늘이 찬란하다. 10시가 안 되어 작별 인사 나누고 모두 집으로 간다.
나는 또 자전거타임
춘천 남궁샘의 추천으로 용평CC로 간다. 그런데 너무 짧아서 도암호로 향한다. 가는 길에 안반데기 가는 오르막길이 보인다. 후덜덜, 저기는 갈 수 없다.
도암호는 인공호라는데 엄청 넓다. 사람 그림자 하나 없고 근무하는 직원도 없다. 화장실문도 잠겨 있다. 다시 돌아가려니 아쉽고 도암호 아래쪽도 궁금해서 일단 직진한다. 도암호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끝없이 내려간다. 다시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도를 검색하니 첫 날 트레킹하며 보았던 배나드리가 지근이다. 안반데기를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다시 오르막. 안반데기에 도착해서 커피 한 잔 마시고 폐쇄되었다는 멍에전망대쪽으로 가 본다. 전깃줄이 너무 많아 풍경은 우리가 갔던 옥녀봉쪽이 낫다. 이제 내리막길이다. 안반데기에서 시원하게 내려와 2차선 임도를 따라 횡계로타리 그 자리로 50km 즐겁게 달리고 집으로 향한다.
8박 9일이 눈 깜짝할 새 지났다. 함께 해서 그리 힘든 줄도 몰랐다. 설악2기 동기들과는 더 진한 우정도 생겼고 예봉산, 운길산, 검단산을 다녀 왔고 설악산공룡능선도 계획되어 있다. 산을 매개로 만난 좋은 사람들과 오래도록 많은 시간을 이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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