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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전남,광주

(등산 337봉) 전남 영광 불갑산 연실봉

2021년 9월 17일 일요일

 

호랑이 산에도 꽃무릇 천지

 

 

 

 

등산 코스 : 불갑사주차장 - 꽃무릇단지 - 불갑사앞 - 저수지 - 동백골 - 해불암 - 연실봉 - 노루목 - 장군봉 - 투구봉 - 법성봉 - 노적봉 - 덫고개 - 불갑사 - 꽃무릇단지 - 불갑사주차장 

 

 

멀리 간 김에 불갑사까지 들리기로 한다.

주말이라도 숙소가 있어 정말 다행이다.

 

일찍 온 탓인지 주차장은 텅텅 비었다. 

코로나 대비도 확실히 하고 있고 손님맞이 아침장 준비도 분주하다. 

불갑사 일주문을 들어서면 바로 꽃무릇단지가 시작되고 왼편으로 포효하는 호랑이상이 나타난다. 

그리 깊지도 높지도 않은 산에서 호랑이라니,,,동화속에 나오는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는데 1908년 실제로 호랑이를 잡아 유달초등학교에 박제를 해 놓았단다. 

믿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긴데 믿자니 너무 놀랍고 신기하다.

 

관리를 참 잘 했다.

단정하면서 과하지 않아 걷는 길이 흥겹다.

절정기라 생기있고 힘이 넘친다.

연약한 줄기가 서로를 지탱하며 등을 곧추세우고 힘주어 고개를 내민다.

순수 선홍색의 향연에 조금은 시간을 들여 발걸음을 늦춘다.

 

부도탑이 보이고 불갑사가 나타나면 안으로 들지 않고 계곡을 따른다.

불갑사 계단식 담장에도 꽃무릇이 피었다. 

살짝 들여다 본 불갑사 경내도 꽃무릇이다.

그야말로 꽃무릇 천지다.

 

불갑사 앞 계곡을 따라 걷는다.

삼거리길에 참식나무 군락지 안내판이 나온다.

못 들어본 나무이고 시간도 여유가 있어 참식나무를 찾아 나선다.

인적없는 증지암을 지나고 그 옆으로 난 임도를 따라 제법 올라가는데도 참식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산행이 우선이니 다시 돌아 나온다. 

증지암에 적막이 감싼다. 증지암 앞 고목이 눈길을 끈다.

 

 

꽃무릇이 가장자리를 메운 저수지를 지난다.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 호젓한 풍경이다.

저수지로 드리운 꽃무릇의 반영을 즐기며 천천히 호흡을 고른다.

구수재, 해불암 갈림길에서 해불암을 따른다. 

지도에 나온 꽃무릇군락지가 해불암주위에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선택은 꽃무릇이다.

 

동백골을 따라 해불암으로 오르는 길은 짙은 숲으로 습도가 높고 그늘지다.

간간히 보이는 고목과 나무 아래로도 꽃무릇이 지천이다.

그늘이라 포기수는 적고 줄기는 힘이 없지만 그래도 꿋꿋히 생명을 지탱해 나가고 있다. 

돌틈을 의지해 살아가는 꽃무릇의 생명력이 대단하다. 

 

드디어 만났다. 참식나무,,,

여기가 북한계선이란다.

학덕과 외모가 뛰어난 경운스님이 인도로 유학을 갔더란다. 인도공주가 그를 사랑했지만 부왕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내세의 인연을 기약하며 증표로 참식나무를 주었다고. 스님이 불갑사 주위에 심어 지금의 군락지가 되었단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꽃무릇과도 닮은 이야기다.

지금쯤 내세에서 경운스님과 인도공주는 사랑을 이루었을까?

참식나무

 

노루목 갈림길이 나타나면 해불암이다.

사람의 손길이 미친 지 오래인 듯한 두 채의 절집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대웅전 앞문이 제멋대로 열려 있는 것 같아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이 정도 규모면 불갑사에서 관리해도 될 터인데,,,

제법 크게 지어진 음용수대도 이끼가 끼었다. 

주변엔 물봉선이 한껏 분홍빛을 내뿜는다. 

알아서 피어난 꽃들과 관리되지 않은 인공 구조물이 격한 대조를 이룬다.

물봉선

 

노루목 가는 쉼터에서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편의점에서 산 포도를 먹는다.

거의 정상 부근인 이 곳까지 꽃무릇 흔적이 보여 영광군의 정성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정상을 향하여 오르는 계단.

108계단에 업장 소멸하고 다시 33계단의 도리천 연화대를 향하라고 141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이 계단 정도 올라 도리천에 다다른다면야,,,한달음에 오를텐데,,,

 

연화대 이름을 빌린 연실봉. 역시 불국토이다.

경운스님의 이야기가 서린 불갑산이기에 봉우리 이름도 불국토에 맞춘 모양이다.

절벽 위 연실봉에 바람이 분다.

멀리 바다 내음이 꽃무릇 향을 업어 싱그럽기 그지없다. 

군데군데 저수지가 정겹고 낮으막한 봉우리들은 정답기 그지없다.

함평 최고봉 연실봉의 시야는 끝이 없이 그저 시원하다.

불갑사, 불갑사 위 저수지, 멀리 불갑수변공원이 있는 불갑저수지
점점이 서해 바다,,,

 

연실봉에서 다시 내려오면 갈림길이다.

창원에서 왔다는 무리는 덫고개에서 왔다며 구수재로 향한다. 

해불암 꽃무릇길 얘기를 해 주고 싶었는데 이미 산행 계획이 확고한 것 같아 그만둔다.

나는 다시 삼거리로 내려와 노루목으로 향한다.

무수히 이름 지어진 각각의 봉우리를 넘을 참이다.

 

먼저 바위길을 맞는다.

순한 불갑산에 생각지 않은 암릉코스다. 

무수한 자갈이 굳은 듯한 낯선 바위들 사이를 지나 들판이 내려다 보이는 구멍뚫린 바위도 지나면 깎아지른 절벽도 만난다.

내려다 보는 절벽은 직각으로 깎여 그 깊이가 아득하다. 

쇠난간이 있어 안전하긴 하지만 내려다 보이는 깊이는 아찔하다.

그렇게 바윗길을 지나면 다시 순한 능선길에서 만나는 노루목이다.

바위 사이로 보이는 연실봉

 

등산로옆 바위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신다.

조망이 시원한 것도 아니어서 간단 요기만 한다.

여기서부터는 전형적인 육산의 길이다.

산행길 좌우로 2m 정도는 정비를 해서 꽃무릇을 심고 가꾸었다.

능선길이라 볕이 그대로 들고 있어 꽃무릇도 잘 자라고 있다. 

불갑산 전체를 꽃무릇으로 가꾼 함평군에 박수,,,어쨌던 이런 길을 걸을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

 

오르막 위에 있는 각각의 봉우리에 모두 이름표를 붙였다. 

그러나 이름이 무색하게 봉우리는 제대로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풀숲에 묻혀 있다. 

장군봉, 투구봉, 법성봉 모두 이름값을 못 하다 겨우 노적봉에 다다라서야 넓은 바위와 시원한 조망을 보여 준다. 어쨌던 하나 하나의 이름을 붙여 준 함평군의 세심함에 또 감사한다.

 

호랑이와 불갑산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산이 깊은 것도 아니고 높은 것도 아니고, 500여m 높이에 호랑이라니,,,

그런데 여기에서 덫을 놓아 잡았고 박제를 해서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있다니 안 믿을 수가 없다.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가 그저 이야기만 아닐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그래도 덫에 잡히다니,,,호랑이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꽃무릇을 심고 가꾼 산이다 보니 다른 꽃은 보기 어려운데 귀하게 만난 꽃이 광릉갈퀴다.

언뜻 싸리를 닮았다. 

혼자 외로이 핀 것 같아 다시 한 번 눈길을 준다.

걷는 내내 꽃무릇 시중을 받으며 금방 불갑사에 닿는다.

광릉갈퀴

 

불갑사 뒤쪽에서 바로 경내로 들어선다.

단정하게 정돈된 분위기다.

이미 꽃이 졌지만 오래 된 배롱나무의 위용이 대단하다. 

 

다시 만난 꽃무릇 단지

올라갈 때와는 다른 방향에서 걷는다.

간다라사원의 모습을 본 뜬 탑원, 상사화 홍보관, 잔디밭에 놓인 돌 의자 등 과하지 않고 자연에 순화된 시설물은 또 다른 볼거리다. 상사화 홍보관 앞에는 다양한 상사화 종류가 전시되고 판매도 하는 모양이다. 

 

크지 않은 산이라 설렁설렁 다녔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남는 시간은 자전거로 주변을 돌아 보기로 한다.

들어올 때 보았던 불갑저수지 주변을 보기로 하고 일단 차로 이동한다.

2차선 가장자리는 꽃무릇으로 장식했다. 특이한 건 논두렁도 마을길도 온통 꽃무릇이다.

초록 융단에 빨간 줄무늬,,,생동감있고 환해서 웃음이 절로 난다.

 

수변공원 주변은 몇몇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저수지 가운데로 데크길을 놓아 사방으로 연결된다. 자전거로 갈 수 없어 눈으로만 보고 도로로 나선다.

 

불갑저수지를 따라 2차선 국도를 달려 본다. 도로 공사로 저수지 조망이 되지 않아 다시 돌아와 반대쪽 마을길로 들어서 본다. 목적지가 없는 길따라 가 보는 라이딩길이다. 몇 채의 전원 주택이 보이고 그 집들이 끝나는 곳에서도 임도길은 이어진다. 오르막 내리막 달리는 재미는 있는데 길은 점점 거칠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도를 꺼내 보니 길이 중간에 끊어져 있다. 돌아서 내려 온다. 불갑저수지를 끼고 내려오는 임도길이 신난다. 생각지도 않았던 고개길이다. 이름난 길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다리는 제대로 풀어 개운해졌다. 

 

동백골 좌우로 단풍나무가 많았었는데 지금쯤 꽃무릇 대신 단풍으로 환한 길이 되고 있겠지.

불갑산은 큰 매력이 없지만 선운산 갈 때 한 번 더 들러 동백골 단풍을 볼 참이다.

몇 년을 소문으로만 듣고 인터넷으로만 보던 꽃무릇 주산지 두 곳을 시원스레 둘러 보고 산행도 제대로 했어 만족한 이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