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4일 금요일
낮지만 볼거리 풍성한 황금바다, 황금산
등산코스 : 주차장 - 임경업사당 - 황금산정상 - 코끼리바위 - 굴금 - 끝골 - 헬기장 - 주차장
수도권나들이 마무리하며 집으로 내려오는 길, 400회 산으로 어딜갈까 여러 곳을 두고 고민하다 택한 황금산
400회를 기념할 만 하고 집으로 오는 시간도 감안해서 코끼리바위로 유명한 황금산으로 가기로 한다.
지도에는 등산로 자체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 길을 어떻게 찾을까 걱정했었는데 웬걸 엔간한 국립공원보다 잘 정비되어 있다.
주차장은 넓고 주차장 끝에서 올라가는 산행로도 잘 정비되어 들머리 찾기는 누워서 떡먹기다.
안내도에 나와 있는 지도를 보고 되도록 전 코스를 돌고 싶어 황금산 정상으로 가는 제일 왼쪽 코스를 택한다.
재미있는 소나무를 지나고 돌무더기가 있는 능선을 지나면 황금산사가 있고 그 뒤가 정상이다.
해발 156m밖에 되지 않는 얕으막한 산이 유명세를 탄 건 산 넘어에 있는 코끼리바위때문인 것 같지만 황금산이라는 이름도 한 몫하지 않았나 싶다.
누런 황금이 묻혀 있거나 다녀 오면 황금을 얻게 될 것 같은~~ 어쨌던 이름의 유래는 궁금했었는데 정상 안내석에 잘 적혀 있다.
황룡이 연평도 근해로 간 조기떼를 몰고와 고기가 많이 잡히는 바다라 하여 황금바다로 불렀고 황금바다 이름을 따 와 황금산이 된 것. 매년 4월 1일이면 고기를 부르는 제도 지낸다니 그 즈음 와도 볼거리가 될 것 같다.
황금산 정상은 바다를 보고 앉은 황금산사와 정성들여 쌓은 돌탑이 자리하고 있다.
마침 주민분이 올라 오셔서 코끼리바위 있는 곳을 물으니 지금 물이 빠졌을테니 얼른 가 보라고 알려 주신다. 사진 한 장 부탁하곤 부리나케 코끼리바위로 향한다.
능선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바다로 향한다.
바다와 접한 길에 정상에서 본 크기와 비슷한 돌탑이 있고 조금 더 가니 몽돌해안이다.
몽돌해안 오른쪽으로 코를 바다에 빠트리고 있는 코끼리를 만난다.
물이 조금 들어와 있는데 빠진 상태인지 들어온 상태인지 잘 알지 못하겠다.
코 끝이 뭉특한 바위이고 바다위로 올라온 상태라 완전한 코끼리 코는 아닌 것 같지만 그런대로 재미있는 모양이다.
코 사이로 물이 차서 들어갈 수는 없고 코끼리 등에 해당되는 언덕을 넘어서 반대쪽 해안으로 간다.
반대쪽은 또 다른 몽돌해변
몽돌 해변 사이 사이 조그마한 바위들이 섬처럼 앉았다.
돌아본 코끼리바위는 코 모양을 상실하고 둥근 캔버스를 만들었다. 캔버스 안으로 들어온 바다와 하늘이 그림이다.
계속 해안을 따라 가 본다.
산 쪽은 거대한 바위 절벽, 그 아래 조그만 해식 동굴이 있다.
다시 언덕 하나를 넘는다.
바위들이 모나고 더 크다.
바위는 거대한 초코렛같다. 표면의 색이 완전한 초콜릿색이다. 맛을 보면 달콤한 초콜릿맛이 날 것 같다. 빙 둘러 초콜릿이 있다고 상상하니 정말 재미있다.
제법 높은 바위 언덕이 앞을 막아선다.
자세히 보니 언덕 위 소나무에 매어 있는 밧줄이 보인다.
바위도 울퉁불퉁해 넘어가도 문제 되진 않을 것 같다.
눈으로 그려보니 길이 보인다. 그런데 참는다.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눈으로 아쉬운 작별을 하고 돌아서서 왔던 길을 되돌아 나온다.
몇몇 팀이 몽돌해변에서 사진을 찍으며 놀고 있다.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코끼리바위로 내려갔던 삼거리에서 굴금 해안으로 난 길을 따른다.
길 가엔 줄딸기, 현호색, 분꽃나무가 눈길을 끈다.
길 끝에는 또 한 기의 돌탑이 서 있다.
자그만 몽돌 해안에 커다란 언덕이 막고 있다.
다시 돌아가서 끝골까지 갈려니 약간 성가시다. 살살 길을 찾아 보니 역시,,, 나 같은 사람들이 길을 내 놓았다.
그런데 금지줄, 그러나 금지줄을 넘는다.
군데군데 금지줄이 쳐졌지만 길은 확실하다.
정비되지 않은 길이지만 오르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해안가로 난 바위능선끝엔 붉은 싸이렌등까지 달아 놓았다.
얼마전 코끼리바위에서 70대의 사망 기사가 있더니 여긴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하여튼 금지줄을 넘나들며 구석구석 숙제하듯이 훑었다.
다시 만난 정비된 등산로엔 진달래가 한창이다.
올해 마지막 진달래일 것인데 이렇게 늦게까지 만난 진달래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진한 작별을 나눈다.
능선 반대쪽 바다는 점점이 배들이 떠 있다.
거대한 공장단지에서는 연신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바다와 연결된 길다란 데크 끝에는 큰 배가 정박되어 있다.
황금산 크기에 비해 엄청난 규모의 공장단지다.
그 공장단지가 내려다 보이는 황금산 전망대는 그저 평화로이 봄을 피워내고 있다.
꿀밤나무에 매달린 빨간 혹같은 게 눈길을 잡는다. 열매는 아니고 어린 잎을 싸고 있는 껍질 같은 건가? 선홍색의 포장이 생명을 탄생시키는 열정같다.
양쪽 바다를 감상하며 능선을 걷는다.
물살이 세다는 바다는 그저 호수처럼 조용하고 양지쪽 사면엔 빛을 받아 반짝이는 진달래밭이다.
느릿느릿 봄을 만끽하며 꼬끼리바위로 내려갔던 삼거리에 도착하고 왼쪽길을 따른다.
자전거 타고 싶은 잘 닦여진 길을 따라 출발했던 들머리로 내려 온다.
포장 가게가 있었지만 그냥 지나쳐 차로 온다.
편안한 몇 시간의 산책이 기분좋게 다가온다.
이제 더 여유있게 박구용교수님의 철학을 들으며 집으로 향한다.
한 개 한 개 다른 산을 오르는 과정중이지만 400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붙인다.
언젠가 버킷리스트를 작성했을 때 200봉이 목표였다.
그런데 그 배가 되는 봉우리를 올랐으니 충분히 의미를 둘 만하다.
황금산은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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