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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남,부산

신불산 서능선

2005. 09. 20
 
추석 뒤 고맙게 맞는 임시 휴일이다.
이번 산행은 부산일보, 국제신문에서 안내한 신불산 서능으로 잡는다.
 
새벽, 억수같은 장대비로 산행을 포기할 뻔 했지만, 고맙게도 시간이 지나니 날이 들기 시작한다.
7시경, 간단하게 요기할 거리를 챙겨 집을 나선다.
 
신불산 공원묘지를 건너 파래소유스호스텔 위, 청수산장에 주차를 시키는데 또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저번에 사 두었던 비닐 우의를 챙긴다.
 
산행은 청수산장안 물레방아뒤로 시작한다. 군데군데 산행리본이 붙어 있어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우거진 숲 속 내음, 청수좌골에서 올라오는 물소리, 자욱한 안개로 길맛이 일품이다.
고도가 그리 심하진 않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으로 얼굴엔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올해부터 얼굴로 땀이 흘러 내리고 있다. 땀이 워낙 없는 체질이라 수건도 필요없었는데,,,,흐르는 땀이 고맙기까지 하다.
잠시 숨을 돌릴 겸, 얼려온 동동주 한 병을 꺼낸다. 축축한 땅이라 앉을 데도 마땅치 않고 그냥 선 채로 동동주를 들이킨다. 햇볕 없는 습한 날인데도 동동주 맛은 오늘도 일품이다.
두 잔째 들이킬 때쯤 울산에서 왔다는 산꾼에게 동동주 한 잔을 권한다. 이 분은 산행 고수인 분이다. 주변 일대에 대해 훤하게 꿰뚫고 있다.
 
다시 산행 시작,,,,자욱한 안개 속을 뚫고 나오니 어느새 신불 평원이 나타난다.
여기가 바로 몇 년 전 영화를 연상케 한다. '구름속의 산책'
온 천지가 뽀얀 안개로 그 깊이와 넓이를 가늠키 어렵다.
물기에 젖은 억새를 헤치고 평원을 거닌다.
저번에 올랐던 능선들이 있겠건만 도저히 그 모습을 보여줄 것 같지 않다.
방향을 잡지 못해 잠깐 설왕설래,,,,우왕좌왕,,,,
호랭이를 앞장 세우고 산불산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몇 개의 고개를 넘어 신불재가 나타난다.
네 명의 남자 분들이 여유롭게 과일을 먹고 있다.
신불재를 가로 질러 신불산 정상으로 향한다.
신불산에서 신불재로는 몇 번 가긴 했지만 역행은 오늘이 처음이다.
제법 숨이 차다. 다리도 뻐근해온다.
정상에서 시끌법적 이갸기 소리들이 들려온다.
 
신불산 정상을 지나 바로 간월재 쪽으로 향한다.
10분 정도를 가니 안내판이 나오고 하얀 벤취가 있다.
거기에서 파래소폭포 쪽으로 향한다.
억새 풀들이 다리, 팔을 감긴 했지만 급하지 않은 내리막길이라 길맛은 좋다.
한참 숲을 헤친 뒤 암릉이 나타나고 적당한 곳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한다.
 
바람이 없는데도 안개는 아래에서 위로 끊임없이 올라오고, 신선이 된 듯한 착각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조금씩 안개가 걷혀 가고 멀리 능선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능선을 감상하며 다시 하산,,,,오르락 내리락,,,바윗길이 재미있다.
바윗길이 끝나는 곳에 995봉 '공비지휘소가 있던 곳'이란 비석이 있다.
그 위에서 내려다 보니 주변 산세가 손에 잡힐 듯 훤하다.
저멀리 꼭대기에 팔각정도 보인다. 995봉에서 식사를 하는 산꾼들의 즐거운 너스레를 뒤로 하고 바위를 감고 바로 하산한다.
제법 경사가 급하다.
 
중간에 갈림길이 있긴 했지만 국제신문 리본을 따라 계속 내려오니 계곡이 나타나고, 얼마 안가 파래소 폭포다. 소원을 들어 주어 '바래소'가 변해서 된 이름이라는 안내판의 글을 보고 잠깐 아들의 입시 합격을 빌어 본다.
 
파래소를 돌아 내려오니 '인공동굴' 팻말이 나오고, 나무 계단을 올라가 보니 쇠로 입구를 막아 놓았고 싸아한 냉기가 입김마저 얼려 놓는다. 뭔가 음산한 느낌이 들어 얼른 발길을 돌린다.
 
이제부터는 계속 계곡길에 편한 길,,,
오늘 산행의 기분들을 얘기하며 내려오는 길이 정겹다.
 
산행을 할 때마다 즐겁지 않은 건 아니나, 그 즐거움의 강도가 다르다.
호랭이는 이 코스가 너무나 맘에 든다며 몇 번 다시 올 것 같다는 얘기다.
난 오른 같은 날씨때문에 좋았을 거란 생각이고, 쨍쨍 내리쬐는 햇볓 속이었다면 최고점은 주지 못했을거란 얘기다.
어찌 하였든 오늘 산행은 최고!
적당히 뻐근한 다리의 느낌이 오늘 산행의 즐거움에 대한 여운을 계속 가질 수 있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