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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네팔

네팔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 카트만두에서 루크라를 거쳐 몬조까지

2017년 9월 26일부터 10월 10일까지 14박 15일 네팔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


9월 28일 셋째 날, 카트만두에서 루크라를 거쳐 몬조까지

* 루크라 2840m, 팍딩 2610m, 몬조 2835m


트레킹 첫 날

새벽 4시에 기상해서 호텔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챙겨 5시에 국내선 공항으로 출발했다. 아직 컴컴한 공항엔 벌써 트레커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기상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일단 날이 좋을 때 무조건 출발,,,짐은 15kg을 넘기면 안 된다는데 따로 무게를 재지는 않는다. 일사천리로 수속을 밟고 6시 14분 비행기표를 끊었다.

마침 아침 해가 떠오르고 일춤 감상과 함께 20인승 경비행기에 올랐다. 탑승자는 모두 16명이다. 재미있는 건 스튜어디스도 있다는 것이다. 다 타고 나니 사탕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나누어 주고 종이 서류 같은 곳에 체크를 하곤 출입문쪽에 앉아 전화도 하고 이사장님과 얘기도 나눈다. 비행기가 작아 흔들리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날씨가 좋아 그런지 너무 편안하다. 약 35분간의 비행 후 루크라에 도착했다. 




루크라에 도착해 롯지로 갔다. 여기에서 할 일은 포터를 구하고 짐을 배분한다.

우린 도시락으로 가져온 빵과 음식을 밀크티와 함께 먹으며 짐정리가 끝나길 기다렸다.

이 롯지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곳이다. 한국 산악회, 엄홍길, 이사장님 동문 산악회도 있다. 벽, 천장에 빽빽하게 흔적들을 남겼다. 다음엔 우리도,,,,

아침을 먹고 나도 시간이 남는다. 다른 사람은 휴식을 취한다는데 나는 루크라 구경에 나섰다. 먼저 롯지를 둘러 본다. 강렬한 붉은 색 다알리아가 눈에 들어온다. 청정 지역이라 그런지 색이 너무 투명하다. 포터들은 열심히 짐을 꾸리고 있다. 정원 옆 쪽문으로 나가 보니 비행장과 연결되어 있고 철조망이 처져 있고 좁은 길이 나 있다. 그 길을 따라 비행기 착륙장으로 가 보니 연방 비행기들이 도착한다. 현지 사람들은 비행장 밖에서 사람들이 내리는 모습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포터일을 구하는 건지,,,,

비행장 위쪽으로 올라가 본다. 거기도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비행기 뜨고 내리는 모습이 재미있다. 활주로가 짧아 비행기가 내릴 때는 커브를 돌아 정지하고 뜰 때는 패러글라이딩처럼 끝이 절벽이라 그냥 전진만 한다. 그러면 바로 날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또 구경하고 서 있다. 매일 그 모습일건데 일상인지 구경인지 그렇게 구경하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일거리가 없어 그런가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또 조금 위엔 타라 모습을 한 초록 불상이 두 개의 마니차와 함께 루크라를 내려다 보고 있다. 여기를 지키는 수호신같다. 화려한 장식을 하고 있지만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허연 비닐을 불상 위로 쳐 놓아 미관은 썩 좋지 못하다. 루크라 산책을 마치고 롯지로 들어 서니 짐 배분도 끝나고 출발이다. 시간을 보니 9시, 워낙 새벽부터 설친 탓이리라. 









드딩어 출발이다. 쿰부 히말라야의 여러 코스를 루크라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 그래서 그들을 위한 물건을 파는 가게들도 많다. 비행장 옆으로 난 길을 건너면 가게가 죽 늘어서 있고 조금 더 걸어 가면 산행 허가증을 발행해 주는 곳이다. 가이더 다와가 허가를 받아 오기까지 기다리며 주변을 살펴 본다. 현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들어 왔고 특히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제 제법 사탕을 요구하는 아이들도 있고 별 관심없이 자기들 놀이에 빠진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순수한데 살짝 사람들 속에서 약삭빨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아이도 있다. 언뜻 남자 네 명이 사람을 태워 가는데 시체처럼 보여 깜짝 놀랐고 안타깝다. 그리고 한 쪽 켠에 핀 코스모스는 우리나라에서 보던 것이랑 똑같아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이제 2840m 루크라를 출발해 2610m 팍딩에서 2835m 몬조까지 가는 일정의 시작, '세계의 지붕, 하늘의 여신'이라는 뜻을 가진 사가르마타 국립공원으로 들어서며 여신에게 행운을 기원한다. 

기분좋은 초가을 날씨에 싱그럽고 다양한 꽃, 불경이 새겨진 색다른 바위, 그리고 타르초, 룽따,,,

별로 힘들지 않게 3시간 정도 걸려 팍딩에 도착했다. 



<젊은 새댁이 아기 몸에 오일을 바르고 일광욕을 시키며 맛사지를 해 주고 있다>














팍딩의 다리를 건너 새로 지은 롯지에서 현지 요리팀이 만들어 준 비빔밥이 요리팀의 첫 식사였다. 무채까지 곁들인 비빔밥이라 그야말로 깜짝 놀랄 지경, 10여년 넘게 한국팀 요리를 해 준다는 주방장의 요리 솜씨에 그저 감탄해 하며 한 그릇을 눈깜짝할 사이에 먹어 치운다. 식사 후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주변을 둘러 보러 나갔다가 김해가 고향인 아저씨를 만나고 원장님 병원에 근무한다는 사람이 친구라며 원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온단다. 김해 사람을 네팔에서 만나니 어쨌던 너무 반갑고 신기하고 감사하다. 




너무 이른 새벽에 나온 터라 다들 피곤한 기색. 잠깐 롯지에서 눈을 부친다. 잠깐의 낮잠에 피로를 날리고 2시 15분 출발, 기분좋은 풍경이 다시 시작된다. 정말 너무 많은 꽃들 때문에 걷기가 힘들 정도,,,,카메라에 담고 싶은데 꽃은 너무 많고 사람들은 걷고 있고,,,걸으면서 대강 셔터를 누르니 맘에 드는 작품은 잘 나오지 않는다. 그저 기록으로 남기는데 만족할 수 밖에,,,,

까마득히 올려다 보이는 폭포를 지나고 한참을 내려 가니 아담한 마을이 나타나는데 마침 작업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싱싱한 고수가 밭 한가득이다. 고수 매니아 원장님의 권유로 고수와 어른 팔만한 무, 머리만한 양배추 등을 산다. 돈을 받아 쥔 노부부의 웃음에 함께 웃음이 나고, 카메라맨 허샘은 멋진 인물 사진을 담는다. 현지 사람들과의 교감이라 이 자체가 너무 재미있다. 노부부 밭 옆엔 젊은 부부가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냥 가기 미안해서 단배추같은 채소를 또 한가득 샀다.









고도가 없는 편안한 길을 걷는 데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힘도 남아 있는터라 마음이 편안하다. 조그만 롯지에 들러 밀크티를 주문하니 애플이라며 우리나라 배처럼 생긴 것을 가져다 준다. 그런데 맛은 배맛이고 크기는 애기 사과만 하다. 당도는 무척 높아 입안에 달콤함이 그득하다. 롯지 주변을 돌아 다니는 자연산 닭들을 보고 탐(?)을 내는 원장님, 생닭을 잡아 달라고 하려는 것을 말리고 다시 기분좋게 몬조로 향한다.





목적지 몬조에 도착한 건 약 5시, '만주 부다 롯지'에 짐을 풀었다.

오늘 걸은 건 루크라에서 약 6시간이다. 다른 사람들은 조금 더 걸어 조르살레까지 코스를 선택하기도 하는데 조금 더 가면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팍딩까지가 딱 맞는 것 같다. 

우리가 묵을 롯지는 마을 위쪽에 자리잡고 있고 개업하고 우리가 첫 손님이란다. 외관은 깨끗하고 단정했다. 마당  한 켠에 화장실도 따로 있고 세면대도 있어 손도 씻을 수 있다. 손을 씻고 세수를 하니 차갑지만 시원한 느낌이다.


트레킹 첫 날이라고 요리팀에서 닭을 삶았다. 그런데 너무 질겨서 먹을 수가 없다. 겨우 백숙으로 저녁을 먹고 자연산 당근, 배추, 상추, 오이로 배를 채웠다. 날이 어두워오니 불을 켜는데 불이 계속 깜빡거린다. 발전기가 작동을 안 하는건지 어떤 건지,,,,그냥 헤드랜턴을 켠다. 양치 겨우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덮는 이불은 없었지만 밤의 온도도 10도 정도고 바람도 없어 가져온 침낭만으로도 충분했다. 거기다 온수로 채운 물주머니도 있어 자는 덴 문제가 없었다. 





트레킹 첫 날은 모든 게 순조로웠다. 비행기도 문제 없이 떴고 아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열심히 트레커를 나르던 경비행기는 우리가 출발하는 9시 즈음엔 구름이 내려 뜰 수가 없었다. 그럼 카트만두에 있는 트래커들은 비용을 더 지불하고 헬리콥터를 타던지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려 경비행기를 타야만 하는데 그 날 못 탈 수도 있고 날씨가 갤 때까지 대기를 해야 한다. 산악 날씨는 오후가 되면서 흐려지는 경우가 많아 우린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그리고 길도 너무 좋았다. 산길은 그저 조금씩 오르막내리막을 반복하며 별로 힘들지 않았고 아름다운 경치로 피로감도 생기지 않았다. 평온한 산길에서 행복했고 그 속에서 살아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감사했다.

특히 하루종일 다양한 꽃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