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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네팔

네팔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 몬조에서 조르살레를 거쳐 남체바자르까지

2017년 9월 26일부터 10월 10일까지 14박 15일 네팔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


9월 29일 넷째 날, 몬조에서 조르살레를 거쳐 남체바자르까지

* 몬조 2835m, 조르살레 2740m, 남체바자르 3440m

* 약 600m의 고도를 올라야 하기 때문에 고소 적응하며 아주 천천히 산행

* 몬조에서 남체바자르까지 5시간 소요


트레킹 이튿날

하루 시작은 장부의 차 배달로 시작된다. "맴~~~"

장부의 목소리에 잠을 깨곤 떨어지지 않은 눈을 비비며 따뜻한 홍차로 잠을 깬다.

오늘은 5,6,7~~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짐 싸고 6시에 밥 먹고 7시에 출발한다는 의미다.

요리팀에서 준비한 따뜻한 미역국과 이사장님의 멸치볶음, 단무지무침을 곁들인 아침 식사를 마치고 6시 50분에 롯지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잔 롯지 이름이 '만주 부다 롯지'였는데 '만주 부다'가 문수보살을 의미한단다. 롯지 이름을 이렇게 지을 정도니 불심은 그냥 생활이고 마을 전체가 불교 마을이라 해도 되겠다.



<롯지 안에 있는 여성 전통 모자>




그런 마을에 어울리게 롯지 맞은편 언덕엔 오래된 몬조 꼼빠가 있다. 그리 높지 않은 언덕을 올라가니 마니차 있는 공간엔 문이 열려 있는데 꼼빠는 열쇠로 잠겨져 있어 들어가 볼 수가 없다. 여기 네팔에서도 스님의 수가 점점 줄어 문을 닫고 있는 꼼빠가 점점 늘어 난단다. 

꼼빠 뒤를 돌아가 보니 언덕에 하얀 스투파가 있고 그 위에 만다라를 그려 놓은 바위와 서너개의 룽따가 세워져 있다. 집 주변의 모든 것이 삶의 기본이 되던 우리나라의 당산 나무와 서낭당같은 것으로 해석된다. 제일 꼭대기에 있는 바위 위에 서면 뒤쪽 산의 어마어마한 길이의 폭포가 한 눈에 들어 온다. 절묘한 위치에 기도의 공간을 마련한 슬기가 보인다.





몬조 꼼빠에서 내려 오면 몬조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나온다. 좁은 입구를 나오면 바깥 세상과 다른 조금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커다란 바위엔 어김없이 하얀 글씨로 불경을 새겨 놓았고 초르텐, 스투파, 룽따, 타르초가 주변을 감싸고 있다. 주변의 돌담과 어울리며 어딜 둘러 봐도 그저 한 폭의 그림이다. 조르살레까지 천천히 여유롭게 풍경을 마음껏 감상하며 천천히 천천히 걸었다. 조르살레를 지나며 두 갈래 길에서 지름길이라는 돌계단길을 피하고 계곡따라 난 평평한 길을 택한다. 계곡 길가엔 보라색 국화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고 이름모를 작은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드디어 남체바자르를 진입하는 두 개의 다리가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이미 설치되어 있던 아래쪽 다리 외 다시 위쪽에 설치해 두 개의 다리가 되었는데 거의 모두 위쪽 다리를 이용하는 것 같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쁨과 함께 남체바자르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 어린애마냥 마음은 마냥 들떠 있었다.




다리를 넘어니 이제 계곡은 저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이 먼 곳까지 순하디 순한 개도 함께 한다. 트레커들이 간식같은 것을 줘서인지 전혀 어색함없이 그리고 비굴함도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하다 어느 순간 사라지기도 한다.



길가에 만들어진 쉼터에서 화장실도 갈 겸 잠깐 쉬는데 우리 나라 아저씨 한 분이 내려 왔다. 남체에 도착했는데 고소가 와서 적응차 내려 왔다는 것이다. 이제 슬슬 3400 높이의 고도가 실감이 난다. 지현이도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껍고 소화가 잘 안 된단다. 따뜻한 물을 마시고 정말 천천히 다시 오른다. 지현이 얼굴이 노랗게 혈색이 사라진다. 남체 앞 롯지에서 잠깐 쉬기로 한다. 따뜻한 밀크티로 몸을 데우고 조금 쉬어 보자 했는데 지현이가 많이 힘들어 하며 차도 마시지 못한다. 그래도 롯지 뷰가 하도 좋아 멀쩡한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더 천천히 남체로 향하는 언덕을 오르는데 롯지 바로 앞에 백인 아가씨 하나가 길에 주저앉아 펑펑 울고 있고 친구 아가씨는 어쩔 줄을 모른다.

그냥 이야기를 해 주면 안 들을 거라 원장님이 의사라고 이야기 해 주고 가지고 있던 타이레놀과 이뇨제를 한 알씩 먹이고 반팔티 위에 옷을 입게 하였다. 그리고 조금 아래로 내려가 다시 적응이 되면 올라오란 이야기도 곁들여 주고 팔다리 주물러 주고 하니 눈물을 닦으며 배시시 웃는다. 그래도 다행이다. 백인들은 반바지에 민소매 차림이 많아 우리랑 참 다르다는 걸 느끼는데 어쨌던 체온 손실이 고소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모양이다.






드디어 남체로 들어선다. 남체는 빙 둘러쳐진 산 안에 폭 쌓여 있어 편안해 보인다. 몇 년 전에 다녀 가신 원장님께서 롯지가 많아지고 초르텐도 새로 생기고 길도 정비되고 했다며 너무 많이 변했단다. 어쨌던 깨끗한 건물들은 다 새로 생긴 것들인가 보다.

산 위에서 내려 오는 계곡물도 그냥 흘러 보내지 않고 인공적인 조형물 속에 가두었다. 화려한 단청의 건물 속에서 흘러 가는 모습이 새롭기도 하다.


남체는 고소 적응을 하며 긴 트레킹을  준비하는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붐빈다. 트레킹 준비와 여행객이 쉴 만한 왠만한 가게는 다 들어와 있다. 이런 가게 가운데를 지나 우리가 묵을 롯지는 한참 위에 있다. 이유를 물으니 편한 곳엔 우리처럼 요리팀을 받지 않는단다. 12시경 도착했으니 5시간 정도 걸은 셈이다. 짐을 풀고 점심을 먹으려는데 지현이는 못 먹겠다며 잠을 청한다. 허샘도 머리가 어지럽고 조금 힘들단다.

카레로 점심을 먹고 수박을 후식으로 먹은 후 방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롯지 안에 편리한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 편리한 시설이란 게 방에 휴지통이 있고 개인 슬리퍼가 비치되어 있고 거기다 카고백을 올려 놓을 수 있는 선반 같은까지 있으면 거의 최상. 어쨌던 그것만으로 너무 좋아하는 내가 더 우습긴 했다.. 

그리고 모든 시설물 이용엔 돈이 나간다. 배터리 충전, 샤워, 빨래 등 전기 사용과 물 사용에 개인 경비가 들어가고 화장실 휴지나 식수 등 소모품도 개인 경비로 지출된다. 배터리 풀로 충전하는데 250루피였던 듯,,,








3시경 남체 구경에 나선다. 지현이와 허샘은 계속 휴식을 취하고 나머지 일행은 먼저 남체꼼빠로 향한다. 남체로 들어올 때 왼쪽 언덕위에 있는 곳이라 롯지에서 내려와 다시 언덕을 올라야 한다. 옷가게에서 300루피짜리 야크털로 짠 머리띠 두 개를 샀다. 난 초록색, 지현인 연노랑색. 손으로 직접 짜서 더 정겹고 무늬가 예쁘다. 가는 길에 엄홍길이 애용한다는 한국 사람에게 유명한 롯지 앞에서 카트만두에서 만났던 남자대학생을 만났다. 인터넷에서 만난 아저씨 두 분과 임자체로 간단다. 그리고 남체에서 이틀 동안 고소 적응을 한단다. 초행길이라 궁금한 게 많은 것 같아 꼼빠로 같이 가며 이사장님이 트레킹 노하우를 많이 알려 주신다. 기독교인인지 꼼빠 앞에서 이 학생은 돌아서 내려간다. 꼼빠 안에 있으니 첫 날 롯지에서 만났던 용감한 중국 아가씨가 들어 온다. 혼자서 포터 하나 가이더 하나 데리고 트레킹을 하고 있다. 블로거를 운영한다며 사진도 엄청 열심히 찍고 사교성도 완전 짱이다. 우리와 같이 꼼빠 내부를 돌며 명상도 하고 설명도 같이 듣는다. 대체로 꼼빠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을 금하는데 이 꼼빠 스님은 사진도 찍어라 하고 본인이 직접 사진까지 찍어 주고 익살스런 표정까지 지어주며 내내 즐겁게 해 준다. 명상하고 눈을 뜨니 바로 눈앞에 'DONATION' 글자가 씌어진 붉은 색 통이 있다. 원장님이 "돈내셩"이라 해서 한참 웃었다.






남체꼼빠 맞은 편 언덕에 시장이 선다. 멀리서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 그 쪽으로 향한다. 바자르의 뜻이 시장이란다. 여기가 물류 중심지 같은 곳이다.

우리가 도착할 때쯤엔 거의 파장이다. 농산물, 식품, 옷 등이 주로 있다. 롯데 초코파이도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 원장님이 그림 가게에 들리신다. 만다라, 부처, 아람다브라, 에베레스트 등 네팔 풍경 그림 등이 걸려 있는데 젊은 주인이 직접 그렸단다.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원장님은 초록 타라에 꽂히셨고 흥정을 했지만 실패하고 롯지로 돌아왔다.



저녁은 수육보쌈에 된장찌개

지현이는 밥을 삶아 죽처럼 먹고 조금 기운을 차린다. 난 수육보다 윤샘이 가져 오신 돔젓갈에 홀려 배추와 젓갈로 저녁 만찬을 즐겼다. 간단하게 차로 입가심을 한 뒤 이제 고소 적응의 하이라이트, 훌라 시간이다. 집중이 너무 잘 되어 머리 아픈 건 금방 잊어진단다. 글쎄 난 고소가 오지 않았으니 확실친 않지만 경험자들의 말이다. 고스톱보다 머리를 많이 쓰는 관계로 훌라가 났다는 주변의 주장이 맞는 것 같긴 하다.




5시간의 여유로운 산행에다 고소도 오지 않아 걷는 내내 즐겁고 행복했다. 오후만 되면 찾아 오는 gas 때문에 꽁대산을 볼 수 없는 게 다소 아쉬웠지만 다른 풍경이 워낙 좋았기에 전혀 불만이 없다. 고개만 돌리면 피어 있는 히말라야 꽃들도 행복한 산행의 한 요소. 서늘한 바람, 상쾌한 공기, 시원한 물소리, 따뜻한 미소 어느 것 하나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교적 짧은 거리를 천천히 걸었기 때문에 고소 적응이 대체로 잘 되었고 남체에서 하루 쉬고 바로 출발할 수 있어 시간적으로도 절약이 되었다. 경험많은 원장님과 이사장님 덕분에 고생없이 트레킹하게 되어 두 분께 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