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은 책장 속 책을 정리하겠다며 제일 먼저 손에 든 게 김훈의 공무도하.
일단 소설이라 읽기 편하고 김훈의 다른 소설을 통해 글을 스타일을 아는 터라 기쁘게 책을 잡을 수 있었다.
소설의 시작은 홍수가 나는 한반도 상황이다.
그것이 서울의 상황으로 변하다 서북경찰서의 상황으로 다시 서북경찰서 주재 한국매일신문 문정수기자의 기자 상황으로 환경이 점점 축소되면서 집중되고 있다.
한반도 전체가 홍수 위기
한강물 방류에 따른 공무원들의 갈등
물길에 따른 이기적 주민들의 다툼
오물 방류 업체, 주민 패싸움 등 서북경찰서장의 처리
홍수 뒤 방역, 해병전우회 봉사 등
이런 사건들을 보고하는 문정수 기자의 일상으로 축소되다 과거 5년전 수습 기자였을 때 서북경찰서 관내 영세민 밀집지역에서 일어난 존족살해사건을 떠올리는 장면이 나타난다.
피살자는 후처가 데리고 온 15살의 딸을 상습 성폭행했으며 이 날도 딸을 성폭행하려고 방으로 데리고 갔다. 오토바이 배달일을 하던 아들은 배달 현장에서 주운 쇠몽둥이를 준비해 미리 작은 방에 대기하고 있다 현장을 덮쳐 아버지를 쇠뭉둥이로 내리쳤다. 아버지는 즉사, 뇌수가 튀어 나왔고 15살 딸은 기절했다. 아들은 경찰서에 전화해 상황을 이야기하고 119에 전화해 15살 딸을 싣고 가도록 했다. 현장에서 잡혔으며 담담하게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12년의 형을 확정 받았다.
문정수는 어딘가로 향하던 이 아들의 시선을, 신문사로 원고를 보내며 생각하고 있다.
문정수가 기자인데 하는 일을 홍수가 나는 상황을 설정하여 기자가 하는 일로 점점 압축하며 소설을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문정수가 생각 난 5년 전 사건 속 아들의 눈빛과 이 소설의 전개가 어떻게 연결될 지 자뭇 궁금하다.
김훈 소설 현의 노래에서 가실왕이 죽음을 앞둔 장면에서 속이 메스꺼웠는데 이런 김훈 특유의 상세한 묘사 장면은 여기서도 나타난다.
"두개골이 깨져서 뇌수가 흩어졌고 아래턱이 떨어졌다. 실신한 딸의 얼굴에 피살자의 뇌수가 튀었다."
상상하지 않으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생각나 저절로 인상이 일그러지는 장면, 김훈의 이런 섬세함에 소름이 끼치며 점점 더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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