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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네팔

네팔 무스탕 트레킹(콘촉링곰빠, 쵸데곰빠, 잠빠곰빠, 툽첸곰빠)

네팔 무스탕 15박 16일(2018년 9월 19일 ~ 10월 4일)

9월 27일 로만탕(3810m) - 콘촉링곰빠(4180m) - 로만탕(쵸데곰빠, 잠빠곰빠, 툽첸곰빠)

 

아, 콘촉링!

 

 

 

어제 멀리 있어 못 갔던 콘촉링을 가기로 한다. 오늘도 짚차로 간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오니 롯지 앞에 이미 대기해 있다. 현지 가이더까지 타야 하는터라 가운데 자리에 네 명이 비좁게 앉았다. 어제 표를 끊었던 초사르까지 가니 콘촉링 들어가는 문 열쇠를 가진 현지인이 나와 있다. 가이더라기보다 관리인에 가깝다.

빽빽하게 타기도 했고 차도 좌우로 열심히 흔들리니 어깨, 머리를 수도 없이 부딪친다.

도로를 벗어나 콘촉링 방향으로 차를 돌리니 넓은 자갈밭이다. 그 자갈밭으로 차들이 다녔는지 눌린 자국이 보이는데 차는 더욱 세게 흔들린다. 그래도 이런 경험 언제 해 보랴? 오프로드 어드벤처~ 이런 길을 1시간 정도 걸려서 온 셈이다.

 

 

근데 자갈밭이 끝나는 곳에서 뜨악 갑자기 길이 보이지 않는데 차는 언덕을 향해 올라간다. 조금 가니 포크레인으로 금방 길을 낸 듯한, 차 한 대 겨우 다닐만한 길이 나오는데 고도가 엄청나다.

뒤로 밀려 떨어질 것 같은데 오른쪽에 앉은터라 바로 절벽이다. 창문으로 바라보니 가슴이 짜릿짜릿한다. 커버를 돌 땐 한 번에 돌리지 못하고 앞뒤로 서너번을 왔다 갔다 하는데 후진을 하면 굴러 떨어질 것 같아 손에 진땀이 난다. 길을 닦은 곳도 그랜드케년형의 산을 깎은 터라 자연을 해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그렇게 진땀 흘리며 삼심여분 만에 도착한 산꼭대기는 그래도 비교적 넓은 편이다.

짚차는 여기까지밖에 못 온단다. 현지인을 앞장 세우고 미지의 콘촉링으로 들어간다.

 

 

 

고개를 넘어서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지는 협곡의 판타지

한동안 말없이 넋을 놓고 빠져든다.

산의 골격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오랜 세월 비나 바람 등 자연의 힘에 의해 깎여 지고 또 깍여져 지금의 웅장한 모습으로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담아 봐도 눈으로 보는 풍경은 담겨 지지 않는다.

마음에 가슴에 담아 놓고 콘촉링으로 향한다. 그런데 저기 어디에 곰빠가 있단 말인가?

 

 

 

 

 

고개에서 한 사람이 다닐 정도의 좁은 길로 내려 선다.

앞장 선 현지인이 조그만 네모난 문을 연다. 콘촉링 구역으로 들어감 셈이다.

거대한 벽을 끼고 가다 협곡의 가장 아래까지 내리막길이다. 자갈이 발에 밟히며 미끄럽다. 딱히 잡을 곳도 없어 스틱에 의존한다. 눈 앞에 보이는 앞산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협곡은 진행형이다. 비가 내리면 금방이라도 깎여 내려갈 것 같은 지형, 얼마 안 있으면 이런 모습도 볼 수 없을 것 같은 위기감마저 든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다 산등성이를 타고 다시 오른다.

사람이 오르기 좋게 계단식으로 만들어 놓았다. 자갈길이라 미끄럽긴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위험하진 않다.

눈 앞으론 비슷한 풍경이지만 아무리 봐도 감탄스러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그러다 올라선 정상부,,,처음 만난 게 다 스러져가는 스투파 반쪽, 왈칵 뜨거움이 솟아 온다.

생명을 향한 의지로 생존을 위해 선택한 곳이 이런 첩첩산중의 오지, 거기다 4180m의 꼭대기란 말인가?

치열했을 그들의 삶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먹먹히 서 있다 능선을 타고 오른쪽으로 올라 본다.

사각형의 기둥만 남아 있는 집, 멀리 안나푸르나 산군, 아득한 협곡의 파노라마,,,

사방을 조망할 수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협곡 저 아래엔 약간의 푸른 평지가 보이는데 저 곳엔 농사를 지을 수 있었을까? 이 사람들은 무얼 먹고 살았을까? 끊임없는 생각의 연속이다.

 

 

 

 

 

 

 

 

 

 

 

 

 

능선을 다시 돌아 콘촉링곰빠로 향한다. 가는 길엔 겨우 흔적만 남아 있는 건물의 뼈대와 무너진 동굴도 있다. 제법 큰 규모의 집들이 다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장님은 티벳 뵌교의 성지라 여겨진다고 설명하신다. 능선을 끼고 돌아 서니 또 다시 새로운 풍경이다.

정말 끝도 없는 산 중의 산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이렇게 높은 곳에 자리잡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다 감탄하다 안따깝다가,,, 그렇게 외길 따라 한참을 지난 뒤 내리막길이다. 

드디어 콘촉링에 다 왔나 보다. 

 

 

 

 

 

 

 

 

 

 

 

 

 

 

 

 

 

 

 

뚝 떨어지는 가파른 낭떠리지다. 긴 줄만 하나 놓여 있다. 잡아 주고 받아 주고 겨우 통과하니 조금 완만한 경사길,,주변을 둘러 본다. 깎이고 깎여 이젠 각각의 형태로 남은 거대한 흙기둥이 저 아래 잘 보이지도 않는 협곡의 아래로부터 이어지고 있다. 

계곡 아래엔 제법 넓은 평지지만 물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 이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 

 

 

 

 

 

 

 

 

 

그러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도착한 곳, 콘촉링 곰빠다. 사실 곰빠라기 보다 동굴이다. 동굴앞엔 나무를 기둥삼고 쇠철망으로 연결시켜 안전망을 만들어 놓았다. 철망에 늘어 놓은 까닥, 타르초는 이미 낡아 사람의 손이 점점 멀어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세월을 넘어 동굴벽에 남아 있는 벽화다. 바래고 삭아져 분명하지 않은 모습도 있었지만 한 쪽 면엔 세 개의 부처님 모습이고 나머지 조금 넓은 면엔 의식을 행할 때의 모습같은 것이 그려져 있다. 제단으로 사용한 것 같은 부뚜막처럼 생긴 곳도 있고 그림 없는 벽엔 시꺼멓게 그을린 곳도 있다. 

불을 피워 음식을 했을까?

나무라곤 없는 곳에서 불을 피웠다면 랑춤곰빠에서 봤던 것처럼 염소똥으로 피웠을까?

 

두 분은 천지명당에 왔으니 명상을 하신단다. 나는 잠깐 앉았다 철조망 넘어 경치를 조망한다.

 

 

 

 

 

 

 

 

 

 

 

 

 

 

다시 되돌아 나온다. 가파른 길을 다시 오르고 주변을 다시 살핀다. 겨우 남은 담벼락엔 구멍이 나 있다. 바람이 불면 저 구멍은 점점 커질테고 이 담벼락도 얼마 안가 스러져 사라질 터...

집을 지을 때 내는 구멍처럼 일부러 낸 구멍도 있고 세월의 무게에 닳아 생긴 구멍도 있지만 모두 얼마 안 가 사라질 것이란 생각에 자연의 이치란 생각이 들다가 또 안타깝기도 하다.

 

 

 

 

 

 

 

다시 찾은 정상부,,, 이 물 없는 곳에 초록의 풀이다. 놀라운 마음에 가까이 가서 보니 염소똥 무더기다. 염소들이 한꺼번에 이 곳에서 볼 일을 보지는 않았을 터,,, 누가 갖다 뒀는지 모르지만 염소똥에 있었던 씨앗이 움텄는지 날아 와서 자리를 잡았는지 하여튼 이 높은 곳에 초록의 풀은 생명의 위대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사방이 조망되는 제법 너른 꼭대기에 섰다. 여기에 올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아리랑 노래가 바람을 타고 무스탕 곳곳을 날린다. 한국에서 가져 온 향도 피운다. 아리랑 노래에 실려 향도 무스탕 곳곳으로 날아 간다. 무심한 듯 신기한 듯 현지인의 우리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짚차가 기다리는 그 곳으로 돌아왔다. 갈 때 보지 못했는데 여기에도 집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곳부터라면 제법 거대한 마을이 형성되었을 것 같다. 무스탕의 바람에 살풀이 한 자락 남기고 싶지만 마음만 두고 간다. 다시 못 올 콘촉링,,,뜨겁고 아프고 숭고했다.

내려가는 길은 그나마 무섭지 않았다. 콘촉링을 다녀온 터라 죽음따윈 초월했을까?

돌아오니 수제비를 맛있게 끓여 놓았다. 가슴은 먹먹해도 수제비는 정말 맛있었다.

 

 

 

 

 

 

 

 

 

 

 

점심 후는 로만탕에 있는 꼼빠 순례

제일 먼저 간 곳이 쵸데곰빠다.

여태껏 본 곳과 다르게 중심에는 커다란 아미타불을 모셨다. 학교도 운영하고 있어 아이들의 소리가 활기차다. 실내는 사진 촬영 금지라 본당만 둘러 보고 나온다.

 

 

 

 

 

 

 

 

 

다음에 들른 곳이 잠파곰빠

무스탕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단다.

본당 가운데는 석가모님불을 모셨다. 여기는 108개의 만다라가 1,2층에 나누어져 그려져 있다. 여기도 사진 촬영 금지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로만탕의 바람을 맞는다. 바람의 나라, 무스탕을 실감한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 툽첸곰빠

로만탕의 중심 절이자 규모가 가장 크다. 본당 뒷쪽에 아주 큰 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그 앞에 빠드라삼바바와 두 부인을 모셨다. 여기도 사진 촬영 금지다. 로만탕에 있다 보니 현지인보다 외국인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스님께 박물관의 위치를 물어 보니 다시 쵸데곰빠로 안내한다. 우리가 봤던 학교 건물 뒷쪽이 박물관이었다. 그런데 올해 물탱크가 파손되어 물이 건물로 흘러 내렸단다. 아직 물탱크는 수리 중이고 물건들은 딴 곳으로 옮겨 놓았다. 숙소로 돌아 온다.

 

 

 

 

 

해가 넘어가는 로만탕엔 여전히 바람이 분다. 바람을 타고 타르초는 힘차게 흔들린다.

우리 옆으로 한국말을 하며 현지인이 다가 온다. 한국에서 일하고 와서 로만탕에 기념품 가게를 냈단다. 불교용품, 생활용품 섞여 있다. 딱히 살 게 없어 네팔식 팔찌 하나를 산다. 다른 사람도 지인에게 줄 선물을 고른다. 이 사람 오늘 대박이다.

 

 

 

 

 

 

 

 

 

 

 

밤이 되니 로만탕엔 더욱 세찬 바람이 불고 춥기까지 하다. 오늘도 샤워는 포기다. 시간 때우기용 훌라도 심심하다. 머릿속엔 내내 콘촉링의 경치와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늘까지 최고의 장소는 콘촉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