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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아프리카

아프리카여행 7개국 38일 여행,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길만스포인트에서 스텔라포인트지나 우후르피크까지(2019.6.29)

아프리카 7개국 38일 여행(2019. 6. 22 ~ 2019. 7. 29)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길만스포인트-스텔라포인트-우후르피크-키보헛





내 인생 최고봉 5895m, 우후르피크 정상에 서다



9시 30분경 아무것도 못 먹으면 힘이 없어 못 간다고 따뜻한 차라도 마시라고 권한다.

따뜻한 홍차를 마시고 물 섭취를 많이 해야 한다며 날진병 2개와 보온병에 물을 담고 혹시나 더 추울까 털목도리까지 챙겨 넣는다.

이노가 들어와 출발하자는데 홍차 마신 게 다시 올라온다.

급하게 뛰쳐 나가 토하는데 물만 나온다. 몇 번 토해서 그런지 위가 비틀어 짜는 듯 아파온다.

닉슨이 따라 나와 등을 쓸어 준다.

내 배낭은 닉슨이 매고 다른 사람들의 배낭도 가이더들이 매고 간다.

헤드랜턴을 켜고 스틱에 의지해 캄캄한 키보헛을 나선다.

10시 출발이라 다른 팀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얼마 올라가지 않아 다시 구토가 나온다.

먹은 게 없으니 위액이 올라오고 고통도 따라 온다.

닉슨이 또 등을 쓸어 준다.

따뜻한 물로 입을 헹구고 다시 오르는데 자꾸 신음 소리가 나온다.

다른 사람 신경쓰일까 싶어 안 하고 싶은데 저절로 나온다.


여태껏 걸어왔던 길과는 다르게 직벽으로 올라가는 느낌이다.

머리를 들어 산 위를 바라보면 빛이 움직인다. 사람이 걸어가는 불빛이란 말인데 너무 까마득해 기가 찬다.

두 어 번 더 구토를 하고 나서는 나올 게 없어서 그런지 구토는 멎고 통증만 남았다.

뒤에서 오던 외국인들이 우리를 앞장서 올라가고 조금 오르다 쉬고 오르다 쉬고 하니 점점 속도는 느려진다.

그래도 가이더들은 힘드냐던지, 힘들면 내려가자던지하는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만 봐 준다

모든 건 내가 결정해야되고, 가이더들이 믿어주는 것 같아 오히려 힘이 난다.


걷는 오른쪽으로 해가 떠오른다.

'아직 꼭대기에 당도하지도 못했는데...'

'정상에서 일출을 봐야 하는데...'

'도대체 꼭대기는 언제 나오는거야?'

입으론 끙끙, 머리 속엔 정상 생각,,,그러다 일출 사진은 하나 찍어야겠단 생각에 구도도 생각도 못하고 쿡~~~



그러다 갑자기 표지목이 나타난다.

순간, 터져 나오는 울음이 주체가 안 된다.

소리까지 내며 기둥을 붙잡고 울음을 터트린다. 누군가가 어깨를 토닥여준다. 역시 닉슨이다.

정신을 차려 가이더들과 언니, 오라버니와 부둥켜 안고 울음을 터뜨린다.

평소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통제가 되지 않는다.

배낭에 든 태극기를 들고 이 사람 저 사람 돌아가며 사진을 찍고 정신을 차려 보니 세상에 그렇게 아프던 위가 말짱하다.

다리도 가볍고 머리도 가볍다. 갑자기 몸이 깃털처럼 가볍다.

"야,,,,고산증 사라졌다."






처음엔 이 곳이 정상인 줄 알았다.

분명히 길만스포인트가 있다 했는데, 가이더들이 우리가 힘들어하니 지나쳐 왔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여기가 길만스포인트란다.

마랑구루트에서 올라와 처음 만나는 봉우리라 여기를 포인트로 잡은 셈이고 정상인 우후르피크까지는 두 시간을 더 가야 한단다.

발걸음도 가볍게 다음 포인트로 향한다.

넓은 분화구 두어 곳과 저 멀리 오른쪽으로 아련하게 빙하가 보인다.

분화구는 엄청 넓고 온통 모래흙이다.

아래쪽 빙하로 내려가는 길도 보이는데 엄두는 전혀 나지 않는다.

걸어가는 길은 울퉁불퉁 바윗길인데 그 사이에 빙하 조각이 남아 있다.

저 멀리 흙 절벽 속에 희게 보이는 것도 빙하가 아직 남은 것이란다.

저것이 녹으면 흙도 함께 흘러 내릴 것 같은데 몇 년 후, 많이 달라질 모습이 그려진다.

같이 가던 언니는 한기가 오고 힘들어 도저히 못 걷겠다며 닉슨과 함께 돌아간다.

오른쪽 언덕 끝이 정상이라는데 거리는 멀지만 고도는 그리 높지 않아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언니를 돌려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텔라포인트가 나타난다.








스텔라포인트 아래로 캠핑장이 있다.

길도 좋은 것 같고 거리도 가까운 것 같아 하산할 땐 여기로 내려가 키보헛까지 걸어 갔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 본다.

잠깐 스텔라포인트에서 쉬고 고도가 조금 높아지는 우후르피크로 향하는데 잘 가던 오라버니가 힘들어 한다.

몇 발짝 걷다 앉아 쉬고 몇 발짝 걷다 앉아 쉬고,,,

나는 위통은 멎었지만 머리가 무겁고 힘이 없다. 하지만 아프지 않으니 그래도 걸을 만 하다.

오라버니 보폭에 맞춰 가다 쉬다를 하는데 한 굽이 돌아가니 떠억 빙하가 나타난다.

올라오며 멀리서 손바닥만한 크기의 빙하를 봤기에 바로 옆에서 나타나는 엄청난 크기의 빙하에 압도당한다.

녹아서 이 정도인데 녹지 않은 빙하가 '반짝반짝 빛난' 킬리만자로는 얼마나 멋졌을까?

빙하를 이렇게 볼 수 있었으면 언니를 잡았을텐데,,, 먼저 내려간 언니가 안타깝다.

빙하를 사진에 담으며 휴식을 취하고 조금씩 나아가는데 성 모양과 구릉 모양의 빙하가 다시 나타난다.

사진도 찍는 겸, 휴식도 취하는 겸 천천히 걸어 올라간다.








저 멀리 우후르피크가 눈앞인데 세 발 걷고 멈추다를 반복하니 좀처럼 다가가지 못한다.

안면이 있는 외국 사람들은 벌써 정상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

분화구 아래로 내려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정말 유전인자가 다른지,,,

한 걸음의 힘, 결국 오늘 마지막 종착점 우후르피크에 당도한다.

내 인생 최고의 높이에 올랐지만 길만스포인트에서 모든 걸 다 쏟아 부어서 그랬는지 별 다른 감흥은 없다.

우후르피크에서 내려다 보이는 저~~아래쪽에 더 넓은 빙하 지대가 보이고 분화구 맞은편으로도 빙하가 보인다.

마랑구루트 반대쪽에서 오르면 빙하를 보면서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뒤에 물어 보니 그 코스는 8,9일 정도 걸린단다.




하산, 내려가는 길이라 그런지 천천히 쉬지 않고 내려 온다.

여유있게 분화구를 보면서 내려 온다. 경치가 좋다고 할 수는 없고 이 쪽 저 쪽 겨우 남은 빙하만 눈에 들어 온다.

남은 빙하가 얼마 없는 것도 문제고 해마다 눈이 오지 않는 게 더 문제란다.

한 삼 년 지나면 못 볼 수도 있을거라 하니 이 사람들의 삶이 걱정된다.

빙하없는 킬라만자로를 사람들이 찾을까?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이니 그래도 찾을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스텔라포인트에 도착하는데 오른쪽으로 빠지지 않고 우리가 왔더 곳으로 그대로 간단다.




길만스포인트에서 저 아래 키보헛이 내려다 보인다.

세상에, 그리 높아 쩔쩔매며 올랐던 곳에서 바라본 키보헛이 발 아래라니,,,,

하산은 올라올 때 걸었던 갈 지 자 웨이브로 가는 게 아니라 직진이다.

푹푹 빠지는 모래흙에 발을 딛으면 신발을 다 덮을 만큼 발이 빠지는데 그리로 미끄러지듯이 내려간다.

처음엔 요령도 없고 빠진 발을 빼서 가야 하니 힘도 없어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앉는다.

닉슨은 언니랑 내려가고 다이야몬은 오라버니랑 앞서가고 가이더대장 이노가 옆에서 넘어지면 일으켜 주기도 하고 붙잡고 내려 가기도 하는데, 조금 지나니 요령이 생겨 그런대로 잘 내려가진다.

불어오는 바람 방향따라 모래가 코로 들어 오고 다른 사람에게 먼지를 날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 먼지가 코로 들어 오기도 하고,,,

키보헛에 가까워졌을 때 하쿠나마타타를 외친 귀여운 연락책이 올라오고 이노가 슬쩍 앞서간다.

연락책이 내 배낭을 받아 지고 옆에 붙어 선다.

겨우 키보헛에 도착하니 롯지 들어가는 입구에 플라스틱 빗자루를 들고 신발과 바지를 털어주는 현지인이 있다.

신발색은 그냥 회색인데 빗자루 사이로 먼지가 바람이 되어 날아간다.

우리 방으로 들어가 일단 몸을 누인다.

아홉시가 넘은 시간이다. 10시에 출발했으니 11시간을 넘게 걸은 셈이다. 거기다 고산증세까지 있었으니,,,

수고했다. 김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