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7개국 38일 여행(2019. 6. 22 ~ 2019. 7. 29)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모시 살라호
살라호에서 킬리만자로의 피로를 씻어 내다
아침까지 푹 자고 느긋하게 식사를 할려고 했는데 새벽부터 바깥이 시끄럽다.
관악기 연주 소리가 우렁차다. 호텔 창밖으로 내다 보니 예배 의식인 모양이다.
캄캄할 때부터 울려 퍼지던 첫 날의 전자음이 오늘은 관악대와 함께 배가 되어 느긋한 휴식을 방해한다.
깨어나기 전
오빠에게 악다구니를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다.
평생을 살면서 받았을 아니면 받지 않았을 수도 있는 어떤 것 때문에 화가 나서, 지금은 그게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겠는 그 어떤 것 때문에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다 악기 소리에 잠을 깬 것이다.
이게 뭐지?
내가 잠꼬대까지 요란하게 했단다.
결국 관악기 소리가 나를 깨웠지만 그것보다 더 요란하게 잠꼬대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평소에 베개만 대면 잠자는 터라 처음엔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몸에 남아 있던 고산증의 찌꺼기와 피로를 이렇게 잠꼬대로 풀어낸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고국에서 잘 쉬고 있을 오빠에게 미안해지며 괜히 머쓱해진다.
여유있게 아침을 먹고 10시에 카도와 여행사로 간다.
챔채미온천을 가보겠다고 하니 얼마 전 한국인 선교사분이 악어에게 물렸다며 난색을 표하곤 호수 한 곳을 안내해 준다.
탄자니아는 조금 괜찮다 싶은 곳은 모조리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엄청나게 비싼 입장료를 받는다고 했다.
입장료에 비해 볼거리가 별로일 거라고 했지만 별다르게 할 것도 없어 호수로 향한다.
가는 길에 킬리만자로와 마웬지가 나란히 길을 따라 오고 있다.
트레킹의 여운이 남아 더욱 반갑게 다가온다.
옥수수가 많이 심겨진 밭도 보고, 풀 먹으러 가는 가축도 보고, 힘없이 축 쳐진 해바라기 밭도 지난다.
호수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지 카도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포장도로를 벗어나 황톳길을 또 한참 달린다.
탄자니아 국기가 서 있는 건물이 한 채 나온다.
주차를 하고 들어 가니 무관심한 표정의 관리인 한 명만 책상 하나, 의자 하나만 있는 썰렁한 사무실에 앉아 있다.
카도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종이를 내밀고 이름을 적어라 하곤 돈을 내란다. 일인당 27달러 정도를 내었다.
마당엔 해바라기씨를 말려 놓고 깡마른 노새가 마른 풀을 뜯고 있다.
다시 차를 타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길은 더 좁아진다.
재미있는 건 그 길에 방지턱을 해 두었다. 동물 보호 차원이라 짐작해 본다.
그렇게 십 여분을 달리다 또 사무실이 나오고 카도가 들어갔다 오더니 또 돈을 내란다. 13달러 정도 내었다.
일 인당 40달러,,,엄청난 금액이다.
그러더니 곧 억새풀같은 것으로 지붕을 이은 방갈로가 나타났다.
주차를 하고 5분도 걷지 않았는데 발아래 새파란 호수가 펼쳐진다.
호수가 잘 보이는 위치에 전망대 겸 레스토랑 겸 바가 있다.
유럽 젊은이 여섯 명이 먼저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담소를 나누고 있다.
우리도 옆자리에 앉아 발 아래 시원한 호수를 내려다 보며 음료수로 목을 축인다.
킬리만자로 등정 후 몸과 마음의 피로가 풀리는 듯 하다.
배가 출출해 점심을 시켜 먹는다. 인도식 튀김같은 걸 시켰는데 먹을 만하다. 우린 맥주, 카도는 콜라다.
기사 겸 안내원인 카도가 호숫가로 내려 가 보자고 한다.
바를 나와 호수를 끼고 빙 돌아 나가는데 몇 채의 방갈로가 호숫가와 숲 속에 지어져 있다.
휴식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인데 사람이 많이 없어 보인다.
겨울인 터라 나무잎들은 힘을 잃었고 간간히 키 큰 열대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동물들의 쉼터같은 야생숲을 지나면 호숫가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이다.
좁은 내리막길에는 선인장을 닮은 나무들과 바오밥나무들이 엄청난 크기로 자라고 있고 뱀처럼 땅으로 기어 자라는 나무들도 있어 신기함을 더한다.
가끔 호수를 바라보며 내려가는 동안, 호숫가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그 아래에서 열 살 남짓한 딸과 30대 정도의 엄마가 보트에서 내리고 있다.
보트를 관리하는 사람은 두 명이고 모녀가 떠나니 보트를 거두고 열쇠로 잠근다.
우린 그저 앉아 호수에 손을 담그고 발을 담그고 그저 조용히 쉬고 있다.
잠시 후, 바에서 봤던 젊은이들이 내려 오더니 호수 속으로 들어 간다.
수영 금지 구역이라 했는데 관리인들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고 전혀 제지를 하지 않는다.
웃고 떠들며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어 우리는 구경만 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관리인도 떠나고 우리도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 더 여유로운 오후다.
올라오는 길에 카도가 호수의 물이 킬리만자로에서 왔다고 알려 준다.
킬리만자로의 빙하가 아름다운 호수로 탄생해 킬리만자로 정상에서의 아쉬움을 조금은 보상받는다.
다시 돌아나오는 길
수확을 앞둬서 그런지 해바라기는 힘을 잃어 보인다.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키우는 해바라기와 비교해 보면 키도 작고 꽃 크기도 작아 또 안타깝다.
해바라기는 주로 기름으로 이용된다고 하는데 이 곳 모시에서 가장 많이 본 작물이 옥수수와 해바라기로 옥수수는 가루를 내어 빵처럼 쪄서 먹기도 하고 구워서 먹기도 하는 이들의 주식량이란다.
다시 되돌아 나오는 길, 관리소 안내원은 보이지 않는다.
길 가 바오밥나무가 있는 곳에 일부러 차를 세워 준다.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 풍경을 기대했었는데, 아쉽지만 이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오는 동안 내내 킬리만자로와 마웬지가 우리와 동행한다.
걸었던 며칠 간의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차유리를 스친다.
여행사가 겸하고 있는 한식당 '제이스키친'에서 조금 이른 저녁을 먹는다.
주로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사장님이 함께 할 때가 많고 양념치킨, 불고기, 제육볶음 등을 권유하기도 한다.
여행비에 포함된 식사지만 인심이 후해 더해지는 메뉴의 식사비는 따로 받지는 않는다.
소주도 10000원에 팔고 있어 저렴한 편이다.
주로 맥주만 마셨고 술값만 계산했다.
사장님이 가꾼 나무에서 다 익어 벌어진 석류 한 개를 따 와 맛을 본다.
우리 것과 똑같은 맛, 입 속에 한국의 냄새가 스며 드는 여유있는 휴식의 시간이다.
짐을 꾸려 내일 올 2차팀과 합류하기 위해 아디스아바바로 출발한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킬리만자로가 선명하다.
비행기 기내 방송으로 킬리만자로를 지나가고 있다는 방송도 해 준다.
언니가 용케 자리를 잘 잡아 킬리만자로를 멋지게 잡았다.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하니 해저문 저녁이다.
우리 인솔자 '에뗄'이 마중나오기로 했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택시기사들의 호객 행위가 현란하다.
서울 여행사에 전화하고 에떨에게 카톡하고 삼십여분을 헤매다 겨우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에뗄을 만난다.
비행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여행사가 한정되어 있단다. 이런 써글,,,,
어둠 속으로 아디스아바바의 밤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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