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7개국 38일 여행(2019. 6. 22 ~ 2019. 7. 29)
에티오피아 다나킬평원(소금호수, 소금온천, 달롤화산)
에티오피아의 정열, 달롤화산
에티오피아에서 제일 기대가 되는 달롤화산으로 가는 날
차창으로 스쳐 가는 에티오피아의 안타까운 삶의 모습을 비켜 가며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부터 떠올리는 이기적인 나를 본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 사는 곳인지, 내가 갖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감사하면서도 저 사람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미안하고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하나? 움막같은 집에도 아이들은 자라고 각자 그렇게 주어진 곳에서 주어진 삶을 꿋꿋이 이겨내고 있는 것.
그래도 끝이 없이 펼쳐지는 황량한 자연의 모습에 또 가슴이 답답해진다.
10시경 끝이 보이지 않는 소금호수에 당도한다.
염도가 높아 사람이 뜰 수 있고 주변에 온천도 있단다.
평소에 수영도 온천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몸이 뜨는 경험은 아직 해보지 못한 터라 들어가 보기로 한다.
호수 입구에 온천이 있었지만 주변을 둘러보고 온 일행들은 지저분하다며 온천에도 호수에도 발을 들여 놓지 않는다.
나무로 대강 가려진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호수로 향한다.
호수가장자리에 온천이 있었는데 정리가 되지 않고 바닥도 이끼가 낀 것 같아 지저분해 보였는데 가까이 가 보니 주변의 바위, 흙색이 회색이라 멀리서 지저분해 보였을 뿐이다.
땅에서 샘솟은 온천수는 따뜻하고 맑은 청정수였다.
다른 일행들을 불러도 오지 않아 언니들 두 명과 물에 들어가 본다.
바닥은 진흙으로 미끌거렸는데 발이 디딜 때마다 진흙이 위로 올라온다.
처음엔 미끌거리는 감촉이 지저분한 느낌이었는데 직접 떠서 보니 우리나라 서해안의 머드같은 것이었다.
발끝으로 흙을 집어 얼굴에 맛사지까지 하며 물에 둥둥 떠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수영하지 않은 사람들은 점심 먹으로 먼저 간다며 두 차는 미리 떠난다.
할 수 없이 몸도 씻을 겸 온천으로 들어가는데 적당히 따뜻하기도 하고 너무 깨끗한 물이라 계속 앉아있고 싶다.
짚차 기사가 주변에 와서 서서 서성인다. 말없는 재촉이다. 할 수 없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점심 식사 장소로 향한다.
동행 쉐프가 해 주는 파스타류, 채소튀김 같은 것으로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동행한 가이더와 기사들이 인젤라를 먹고 있다.
크기에 놀라 신기한 듯 바라보니 먹어보라며 권하는데 시큼한 맛을 경험해본 터라 먹을 용기는 내지 못한다.
손으로 인젤라를 찢어 가운데 놓인 소스에 찍어 맛있게 먹는데 콜라를 곁들인다.
그래서 그런지 일반 주민들은 야윈 몸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배가 나온 뚱보들이다.
에티오피아의 부자?
다시 차를 달린다.
듬성듬성 식물이 있는 사막지역을 지나더니 끝없는 소금호수의 흔적이 남은 평원을 지난다.
깡마른 다나킬평원에 소금호수의 흔적이 여러 가지 무늬의 도형 형태로 남아 있다.
가도 가도 끝없는 소금호수바닥의 평원이다.
풀 한 포기 없는 지역의 끝에 야트막한 언덕이 보이니 차를 주차하고 언덕으로 오른다.
현지인 가이더가 따로 한 명 따라 오고, 총을 든 현지인이 뒤를 따른다.
깡마른 흙이 뭉쳐 있는데 사이사이 빈 공간이 있다. 시간차를 두고 건조한 것 같다.
부서질 것 같아 보이는데 발로 쾅쾅 밟아도 부서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
흙 사이사이에 노란 황산과 하얀 소금기가 조금씩 배어 나온 곳도 있다.
그렇게 언덕 꼭대기쯤에 당도하니 흙이 굳어 기둥이 되었다.
볕이 뜨거워 나름 꽁꽁 싸맸는데 옷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 거의 살인적이다.
직각으로 내리쬐는 햇볕엔 소금흙기둥에서도 그늘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데 총을 든 현지인은 그 기둥아래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마른 진흙으로 일부러 쌓은 것 같은 거북등딱지 무늬의 소금흙기둥이 여기저기 개미무덤처럼 널려 있어 그 자체가 신기하다.
소금흙기둥 지역을 지나니 소금이 뭉쳐 바닥에 무늬를 그리고 있는 지역이 나온다.
꽃모양, 성모양, 탁자 모양,,,정말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너무 신기해서 계속 바닥만 보고 있는데 일행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그 다음 지역은 활화산지역이다.
조그만 구멍이 뽕뽕 뚫려 있고 그 안에서 뽀글뽀글 물이 끓고 있다.
매캐한 황산 냄새가 올라 오는데 발걸음을 조금 더 옮기니 구멍은 더욱 많아지고 물끓는 소리도 함께 들린다.
구멍 속을 들여다보면 물이 끓으면서 넘쳐 나고 수증기도 함께 나온다.
조금 더 멀리 황금색이 눈길을 끌며 발길을 잡아당긴다.
급한 걸음으로 다가간 평원의 끝에 신세계가 열린다.
순금의 황금색과 짙은 암갈색의 흙 구역도 신기했는데 그 넘어 나타나는 하얀색의 낮은 두렁에 연두, 초록의 물빛
그저 입이 쩍 벌어지는 광경에 숨이 턱 막혀 왔다.
각각의 소금기둥이 성을 이룬 곳도 있고 계단식 논밭을 이룬 곳도 있다.
그저 황홀경에 감탄,,,에티오피아에서의 최고의 절정. 최고의 보상인 것 같다.
매캐한 황산냄새에 뽀글뽀글 물끓는소리에 거침없는 바람소리,,,
지구가 아닌 외계행성의 한 곳에 서 있는 듯 그저 황홀한 시간이었다.
해발고도보다 130m나 낮다는데 딱히 비교할 바다가 옆에 있는 게 아니라 실감이 나지 않지만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곳에 서 있다는 생각과 황홀한 풍경에 잠시 넋을 놓는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길
우리와 같이 올랐던 현지경찰이 다른 관광객이 오니 다시 올라가고 있다.
저렇게 하루종일 이 뜨거운 곳을 오르내리고 있나 보다.
가장 뜨거운 달롤화산의 가장 더운 시간,,,
황홀함에 취해 잊고 있던 태양의 뜨거움이 다시 이글거린다.
에어컨의 냉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다시 못 볼 달롤화산과 이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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