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0일 ~ 10월 4일
제9일, 9월 28일 목요일
강진곰파(3870m) ~ 랑탕콜라 ~ 로덴드론숲 ~ 간자라패디(4300m)~ 간자라하이캠프(4700m)
5시 기상, 6시 식사, 7시 출발
오늘은 간자라패스를 넘어 캠핑하는 날
강진곰파를 떠나는 날, 5시에 일어나 짐을 싸고 일출을 보러 나간다.
오늘 처음 만나는 일출, 장관이다.
랑탕리룽이 찬란하다. 숨을 멈추고 일출 장면을 담는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주변에 눈이 익숙해지니 풀밭에 야크가 앉아 있다. 어제밤 잠자리였던 모양인데 노숙이다.
아침은 담백한 무국
요리팀, 포터팀 짐싸기에 분주하다.
요리팀에게 감사의 팁을 전한다. 매일 맛있게 먹은 감사의 답례다.
요리팀장은 도르제 동생이다. 팀장이 요리팀을 부르더니 내가 보는 앞에서 똑같이 나눠준다.팀원들이 팀장을 신뢰할 만하다.
랑탕계곡을 건너 로덴드론숲으로 간다. 군데군데 작은 웅덩이를 지나고 숲으로 들어가는데 사람의 발길이 뜸한 지 템파가 몇 번 왔다갔다하며 길을 찾는다. 숲은 랄리구라스 군락지다. 줄기엔 이끼와 주렁주렁 거미줄같은 풀들이 매달려있다. 4월이면 화원이 될 곳, 만약 다시 찾는다면 4월이 될 것이다.
랑탕리룽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쉰다. 템바가 가져온 망고쥬스로 목을 축인다. 랑탕리룽은 여전히 구름이 넘실댄다. 체르코리 뒷쪽 설산도 조망된다. 곰탕으로 못 봤던 곳인데~~
숲지대가 끝나자 나무는 자취를 감춘다. 땅바닥에 깔린 작은 풀들과 야생화, 주변은 더욱 환해진다.
바위와 너덜지대가 나오고 체르코리 올라가며 보았던 빨간 풀들이 더 많아졌다. base camp 안내글이 써 진 바위들이 나타난다. 돌로 담을 쌓아 공간을 마련한 곳도 있다. 6~7천 고봉을 올랐을 등반객의 흔적을 보게 되어 가슴이 설렌다.
다시 평원
맑은 물이 졸졸 흐른다.
도르제가 물통에 물을 담아 벌컥벌컥 마신다. 물맛이 궁금했지만 혹시나 배탈날까 참는다.
작은 돌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 빨간 꽃같은 풀, 너른 평원, 멀리 설산. 1시간 정도 천국같은 길을 걷는다.
평원이 끝나는 곳
직벽 언덕이 막아선다.
길은 좁고 갈지자로 살짝살짝 경사를 낮췄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이라 내내 숨을 골라야 한다.
뒤에 오는 사람들 사진 담아 주려고 먼저 오르는데 도르제가 선두, 그 뒤를 포터들이 올라온다. 항상 앞서갔었는데 준비할 게 많아 늦은 모양이다. 제일 후미는 템바.
고개엔 여전히 돌탑에 타르초
멀리 낭시샤르카설산아래 U자 계곡이 선명하다.
광활한 전망으로 속이 탁 트인다.
고개 위에서 점심으로 김밥을 먹는다. 밥에 양념이 되지 않아 싱거웠는데 간장으로 해결한다.
내려가는 길은 바위를 넘기도 하고 바위 사이를 지나기도 한다. 캠핑했던 곳이 있는데 간자라로우캠프란다. 평지에 물도 있고 큰 바위도 있어 캠핑하기 좋은 곳이다. 우리는 구름있는 저 산을 넘어야 한다.
너덜자갈길 넘어 직벽 언덕을 올라가는 포터들이 개미만하다. 올라갈 길이 아득한데 길이 유실되었다며 템바가 길 찾으러 나서고 우린 잠시 대기한다.
흘러내린 너덜돌 계곡옆으로 한 명 정도 다닐 좁은 길이 있다. 오른쪽 손으로 땅을 짚고 왼손은 스틱으로 지탱한다.
계곡엔 물이 많이 없어 그나마 건너기가 쉽다.
포터들이 쉬고 있던 곳까지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포터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도르제와 선두다.
또 다시 바위 지대, 바위에 이끼만 자란다.
구름이 바람과 함께 몰려오니 기온이 내려가 쌀쌀하다. 큰 바위 뒤에 몸을 감추고 바람을 피한다.
큰 바위 군락 사이를 지나니 오늘 묵을 4700 바위 분지 베이스캠프다. 미리 도착한 포터들이 주방과 식사용, 화장실 텐트를 설치한다. 표정은 한결같이 환한 미소다.
추워서 다이닝텐트로 들어가나 여전히 춥다.
물이 없다. 그 전에는 물이 나왔다는데 물이 없으니 왕복 2시간을 걸어 물을 길어와야 한단다.
큰 물통을 들고 가는 포터들의 뒷모습이 안쓰럽다.
주변이 온통 구름속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텐트안에만 있다.
나머지 팀이 올라오고 우리가 잘 텐트를 치고 짐을 넣고 옷을 껴 입고 저녁까지 분주한 시간이다.
다이닝텐트로 따뜻한 짜이와 비스켓이 배달된다. 몸을 녹이고 텐트로 이동.
텐트바닥에 얇은 매트가 깔렸다. 큰일났다. 죽었다.
사실 사전에 야외 캠핑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다. 항상 롯지에서 잤기 때문에 얇은 침낭에 패딩도 얇은 것만 가져왔는데~~~
자리에 누우니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온다. 옷을 있는 대로 껴 입고 뜨거운 물2통까지 안고 있는데도 냉기에 몸이 떨린다. 이러다 내일 아침 못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일자로 꼿꼿한 채로 누워 호흡으로 체온을 높혀 보려 하지만 허사다.
재영씨가 혼자 자니 춥다고 와서 빽빽하게 셋이 누우니 조금 낫다.
템바가 텐트를 열더니 자기 침낭을 펴서 덮어 주고 간다. 일어날 수가 없어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대로 누웠다.
바람소리,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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