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네팔

(등산207봉) 칼라파트라(네팔 쿰부히말라야 트레킹, 로부체에서 고락셉을 지나 칼라파트라를 오르고 다시 로보체까지)

2017년 9월 26일부터 10월 10일까지 14박 15일 네팔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


10월 3일 여덟째 날, 로부체에서 고락셉을 지나 칼라파트라를 오르고 다시 로부체까지

* 로부체 4910m, 로부체패스 5110m, 고락셉5140m, 칼라파트라 5550m, 로부체 4910m

* 약 640m의 고도, 걸린 시간 약 10시간


트레킹 엿새째

오늘은 길고 힘든 산행이 예상된다. 칼라 파트라에 갔다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4시에 기상을 했다. 밖은 아직 깜깜하다. 따뜻한 블랙티 한 잔으로 정신을 차리고 돌아 와서 다른 롯지에서 자야 되기 때문에 짐정리를 완전히 했다. 방풍자켓, 패딩조끼, 털모자, 겨울장갑을 착용하고 아이젠, 스패츠, 패딩쟈켓, 우의는 배낭에 집어 넣었다. 아침은 숭늉과 미역국으로 간단하게 먹고 5시 20분 롯지를 나섰다.



영롱한 새벽별을 보며 걸었으나 금방 날이 갠다. 구름 한 점 없는 100%의 시야를 확보한다.

군데군데 바위가 있는 들판같은 길, 그 어스름한 풀밭에 야크가 앉아 있다.

서서히 해가 떠오르며 하늘을 물들이고 촐라체, 로부체피크를 물들이더니 푸모리, 쿰부체를 밝히고 있다.

태양의 기운을 받으며 이런 평탄한 길을 1시간 가량 걷는다. 걷는 내내 볼 수 있는 산들은 다 보면서 걷는다. 태양의 기운과 산의 기운을 몸 안으로 받아 들이며 천천히 호흡에 집중한다











크고 작은 돌들로 있는 너덜길은 완만한 오르막으로 걷는 데 딱히 힘든 건 아니다.5110m 로보체패스에 올라선다. 푸모리, 링트렌체, 쿰부체, 창제, 로라가 눈 앞으로 다가온다. 오롯이 그 모습을 다 볼 수 있어 감격스럽다. 아래쪽으로는 빙하의 흔적이 남아 군데군데 작은 호수를 만들고 있다. 크고 작은 돌들의 향연, 원시의 자연 속, 갑자기 과거 속으로 걸어가는 기분이 든다. 머리가 아프다는 지현이는 성큼성큼 앞서 걸어가고 누구 하나 이야기가 없다. 각자 자기 페이스대로 근원으로 근원으로 찾아 들어간다.











저 멀리 고락셉이 내려다 보인다.

오른쪽으로 하얀 안개같은 게 오르는 곳이 에베레스트란다. 너무 멀어 보이지는 않고 피어 오르는 안개만 볼 수 있는데 산이 높아 제트기류가 만들어 내는 풍경이란다. 대신 7873m의 눕체와 그 주변의 산들이 오른쪽 능선을 버티고 지켜준다. 고산들의 파노라마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어느 순간 굉음이 들린다. 비행기 소리 같다. 자세히 보니 오른쪽 눕체 쪽에서 눈사태가 일어 나고 있다. 한 번, 두 번, 세 번,,,사람들이 가는 쪽은 아니었으나 눈사태나는 또 하나의 장면을 기억 속으로 남긴다.





7시 30분 고락셉에 도착했다. 롯지에 가방을 맡기고 스틱만 들고 올랐다. 여기에서 EBC가는 길과 나누어지는데 EBC에서는 전망이 없다며 칼라 파트라까지만 가면 된다고 하신다.

5000m가 넘는 고지에서 공놀이를 하는 포터들이 재미있다. 배구같은 것인데 마침 공이 날라와 받아 주었다. 앗싸~~~~

시킴 쫑그리에서 야구하던 포터 아이들이 생각난다. 우리도 몇 달쯤 살면 현지인처럼 움직일 수 있고 산도 별로 힘들이지 않게 다닐 수 있단다.


아래서 올려다 보는 칼라파트라는 자갈로 이루어진 산을 올라야 있는 곳이다. 잘게 쪼개진 자갈과 바위 틈을 올라야 한다. 조금 안 가 머리가 아파 온다. 세 걸음 걷고 쉬면서 긴 호흡 한 번을 규칙적으로 해 본다. 아주 천천히 '옴 마니 반메훔'에 맞춰 지기도 한다. 원장님, 이사장님, 윤선생님은 저만치 앞서가고 지현이와 허샘이 뒤처져서 걸어 오신다. 중간 중간 산행객도 오르기보다 앉아 쉬는 모습이 더 많다. 속도 더 메스꺼워온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바위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지현이와 허샘은 돌아 내려가고 있다. 아래쪽을 내려다 보며 위쪽을 올려다 보며 갈등에 빠진다. 그래 한 걸음에 집중하자. 저 꼭대기까지만 가 보자.

그런데 그 꼭대기가 칼라 파트라가 아니다. 다시 조금 큰 돌로 이루어진 길을 올라야 한다. 원장님께서 눈치를 채셨는지 걸음을 늦추며 자꾸 아래에 있는 나를 내려다 보신다. 기다려주고 계심을 짐작할 수 있다. 할 수 없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시 천천히 오른다.

바람에 흔들리는 타르초의 춤이 보이기 시작하니 힘이 생긴다. 에베레스트도 모습을 더 드러낸다.

드디어 칼라 파트라,,,'검은 자갈' 5550m 그 위에 올랐다. 에베레스트의 능선까지 보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바람부는 칼라 파트라 정상은 금방 구름이 몰려 왔다. 기쁨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원장님은 동영상으로 남긴다. 조금 더 기운이 있었으면 사진을 더 많이 찍었어야 하는데 그 땐 힘이 없어 사진 찍을 생각을 못했다. 이사장님이 찍어 준다고 하지 않았으면 내 사진 하나 남기지 못했을 뻔 했다.

개인 사진 찍고 조촐한 의식을 펼쳤다. 신산 에베레스트를 향해 삼배를 올리고 아리랑 삼창을 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노래를 타르초 불경과 함께 히말라야 구석구석으로 날려 보냈다. 감격, 감사,,,

이제 내려갈 시간, 머리는 여전히 아팠지만 조금씩 기운이 올라 오고 있는 걸 느꼈다.

올라올 땐 3시간이 걸렸는데 내려갈 땐 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사천리,,,,

올라오는 중국팀은 더 힘들어 보인다. 자기들은 5시간 계산하고 온다고 하며 아주 천천히 오르고 있다고.

내려가는 풍경은 가히 압도적,,,5500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이라니,,,

왼쪽으로 8848의 에베레스트, 7873m의 눕체와 그 산군, 오른쪽으로는 6000m급의 로부체피크, 촐라체가 저 멀리 앞쪽으로 아마다블람, 꽁대,,,

볼 수 있는 건 다 보고 가는 엄청난 행운,

절개된 언덕에서 새어 나오는 근원의 물줄기, 거대한 계곡물의 근원을 만난 기분.

보이는 모든 게 숭고하고 감사했다.







고락셉에 도착하니 점심이 준비되어 있다. 수고를 생각해서 인지 잡채를 해 놓았는데 너무 좋아하는데도 먹을 수가 없다. 짜장밥에 계란국이 주메뉴인데 쳐다도 못 보고 누룽지만 먹고 2시에 하산을 시작했다. 정말 조금 더 쉬고 싶었는데 고소 증세 때문에 무조건 빨리 내려가야 된다고,,,,,

체력이 고갈되어서인지 하산길에서 만나는 조금의 오르막도 너무 힘들다. 평평한 분지가 나타나면 빨리 쉬고싶어 거의 뛰다시피 걸었다. 포터들이 왜 날라 다니는지 이해가 된다. 이렇게 걸으니 발바닥엔 불이 난다. 도착하니 4시,,,옷도 벗지 않고 바로 뻗었다.

방으로 블랙티, 마늘국, 팝콘이 배달되어 왔다. 따뜻한 블랙티와 마늘국 때문인지 금방 기운이 나는 것 같다. 금방 튀겨 온 팝콘이 너무 맛있는데 지현이는 별로 당기지 않는 모양이다. 

1등으로 하산한 지현이에게 비결을 물으니 추워서 천천히 걸을 수가 없더란다. 몸이 추우면 고소가 오는지, 고소가 와서 추운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상관관계가 있음은 확실하다.

저녁은 된장국을 먹고 두통이 가시지 않아 타이레놀과 소화제2알을 먹고 발바닥은 외용소염제 연고를 발랐다. 지현이는 일본산 파스를 발바닥에 붙인다. 8시가 조금 넘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0시간이 넘는 강행군으로 온 몸이 피곤하고 고소 증세까지 있어 힘든 하루였다. 그러나 내 인생 최고로 높은 곳에 오른 산이다. 가슴은 벅차고 감사로 충만하다. 여기까지 올 수 있는 몸과 마음을 가진 내가 기특하고 대견하다. 포기하지 않으면 이루어진다.

오늘의 산행으로 6000m급 산행은 불가능할 것 같단 생각을 했지만 또 다른 곳에 대한 계획은 세웠다. 아프리카 킬리만자로,,,그리고 무스탕,,,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라운딩,,,,

포기하지 않으면 할 수 있다. 내 건강이, 내 주변이 이것까지 허락해 주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