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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네팔

네팔 무스탕 트레킹(포카라-좀솜-엑레바타-카그베니)

네팔 무스탕 15박 16일(2018년 9월 19일 ~ 10월 4일)

9월 21일 포카라 공항(900m) - 좀솜(2720m) - 엑레바타(2740m) - 카그베니(2800m)

 

하늘이시여 왜 비행기를 띄우지 않으시나이까?


오늘 계획된 일정은 포카라공항에서 국내선 경비행기를 타고 30분 정도 걸려 좀솜 공항에 도착한다. 포터들 만나 짐 배정하고 트레킹을 시작하여 엑레바타를 경유하여 카그베니에 도착하는 4~5시간 정도 트레킹이 있는 날이다.

위의 계획은 날이 좋은 날이라는 전제하에서 그렇다.

날씨가 워낙 변덕을 부리는 곳이다 보니 이런 계획은 번번히 어긋나기도 하는데 우리가 출발하는 날이 그런 날이었다.

4시 30분에 기상해서 5시 30분에 호텔에서 나왔다. 컴컴한 시간에 도착해서 짐 무게를 재고 비행기표까지 받았는데 구름이 점점 낮게 깔린다. 할 일 없이 공항 관계자만 바라보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태평스런 얼굴,,,하기사 자기들도 방법이 없다. 날은 훤해지는데 급기야 한 두 방울 비까지 뿌리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그저 하늘만 바라본다.

공항에 있는 2층 레스토랑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대기 모드로 돌입한다.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그냥 앉아 있기가 미안해지면서 간단한 식사를 시키고 차도 시켜 본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 온다. 인도에서 버스 2대로 온 팀은 일행이 70명이 넘는데 좀솜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묵티나트로 가기로 했다는데 비행기가 안 뜨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10시가 넘어가며 짚차를 불러서 가자는 분과 조금 더 기다리자는 분으로 나뉜다. 결국 11시 15분에 짚차 2대를 빌려 출발한다.





좁은 비포장 도로에 비까지 오니 진흙길에 자갈길에 움푹 패인 산길에 거의 오프로드 수준이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그 와중에도 잠이 온다. 옆에 앉은 언니의 어깨에 머리를 얼마나 부닥쳤던지 안경의 코받침이 휘어졌다. 그 정도로 부닥쳤으니 언니의 어깨는 온전했을까? 세 사람이 앉을 자리에 네 사람이 끼여 타니 지그재르로 앉을 수 밖에 없고 그러니 팔, 다리, 어깨, 허리가 돌아가며 아파온다. 그래도 이런 흔들거림을 언제 경험하냐며 모두 웃음을 터뜨리며 간다. 

잠시 휴식차 쉬는데 베니란다. 비가 와서 내리지도 못하고 밖으로 보니 외국인들의 모습이 제법 보인다. 다른 루트의 트레킹을 시작하는 곳인 모양이다. 네팔의 전형적인 가게와 주민들의 모습을 잠시 담고 다시 출발한다.






얼마 안 가 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어느 순간 멈춰 서곤 갈 생각을 안 한다. 인도 시킴에 갔을 때 나무가 넘어져 2시간 정도 기다린 적이 있어 그러려니 했다.

차 안에서 바라보는 네팔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한 쪽을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머리에 이를 잡는 것 같은 모습을 포착했다. 언니랑 그 모습을 보며 한창 옛날 어린 시절 이야기에 빠졌다.

차 옆으론 오토바이 여행객의 모습도 보인다. 진흙길을 달려 왔기에 오토바이 아랫부분은 완전 진흙 투성이다. 60대 정도의 유럽 남자 여섯 명과 젊은 가이드 한 명이다. 이 사람들도 한 쪽을 바라보고 섰다가 아예 오토바이 위에 눕기도 한다.

기다리기가 지루해 현장 답사에 나서본다. 양쪽에 차들이 밀려 있는데 길 가운데서 포크레인 두 대가 땅을 넓히고 있다. 반대쪽에도 차들이 서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아무도 포크레인 기사에게 뭐라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마냥 기다린다. 얼굴엔 짜증이나 원망따윈 없다. 도리어 즐겁게 웃기까지 한다. 마을 사람들도 우리도 그냥 재미있는 구경거리, 추억거리로 여기는 중이다.

걸어 온 사람들은 공사하는 틈 사이로 빠져 나가기도 한다. 길이 어느 정도 다져지자 오토바이 부대도 한 둘씩 빠져 나간다. 그 사이를 젊은 청년이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다. 정말 엄지 척이다.

큰 돌과 나무 뿌리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우리 쪽과 맞은 편 쪽 차가 동시에 넘어 오는데 네팔에서 이렇게 길이 넓은 곳을 볼 수 있다니,,,,

저 길이 포장되는 2,3년 후이면 이 곳도 완전 달라진 모습으로 변할 것이다.











출발하고 보니 우리 팀에 두 분이 안 계신다. 따도파니가서 온천한다며 걸어 갔단다. 차를 타고 가며 걸어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봐도 두 분이 안 보인다. 울퉁불퉁 길가에 오토바이 한 대가 넘어져 있고 유럽 여행객이 화가 나는지 오토바이를 발로 둘러차고 있다. 완전 진흙땅에 거기다 오르막길에 얼마나 화가 났을까 그 사람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된다.

우리 팀 두 분은 버스를 타고 갔다고 따도파니에서 기다린다는 문자가 왔다. 날은 서서히 어두워오고 바깥의 상황은 전혀 짐작이 되지 않는다. 그저 앞 뒤로 처 박고 처 박히는 일에 이제 웃음도 나지 않는다.

캄캄한 곳에 갑자기 차가 선다. 따도파니다. 여기서 무스탕을 들어가는 허가증을 받는단다. 구경도 할 겸 따라 내리니 두 분이 그 안에 앉아 계신다. 허가증이 없어서 잡혀 있었단다. 허가증 받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데 물소리와 함께 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밀양에서 오신 분이 우리나라에 있는 방울새 소리와 똑같다며 신기해 하신다. 나도 따라 동영상을 찍어 본다. 


길은 점점 산으로 접어 든다. 그런데 산사태로 길이 끊겨 걸어 가야 된단다. 맞은 편에서 다른 짚차가 대기해 있고 포터들은 우리 차 있는 데까지 내려와 있다. 어둠 속을 걸어 가는데 길이 끊긴 부분에서 물소리가 요란하다. 겨우 한 사람 다닐 정도로 길이 나 있다. 한 쪽은 끝이 보이지 않는 비탈길이고 그 아래에서 물소리가 올라 온다. 조심조심 거길 통과하니 짚차가 대기하고 있다.

기사 두 명이 뭐라 뭐라 하며 내려 가더니 올라올 생각을 안 한다. 되도록이면 질문을 안 하는데 하도 안 오길래 물어 보니 기름을 가지러 갔단다. 네팔에 기름 사정이 좋지 않아 미리 기름 가지고 오라고 얘기했단다. 우리가 내린 곳까지 기름을 가지러 왕복을 해야 하니 기다린 시간만 족히 한 시간이 넘는다. 화낼 수도 없고 그저 기다릴 뿐. 이런 곳에서는 그냥 저절로 도인이 될 수 밖에 없겠단 생각이 든다.


기사가 오고 출발해서 카그베니에 도착한 시간이 밤 2시경이다. 그래도 요리팀이 저녁 식사를 준비해 놓았다. 배추쌈에 닭볶음,,,간단하게 양치만 하고 잠이 들었다. 무려 15시간을 흔들리는 짚차에 실려 왔으니 몸은 젖은 배추같이 처질 수밖에,,,,

무스탕의 관문 카그베니는 보지도 못한 채 찾아 들었다.